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소소하게 행복했던 주말 본문
어머니와 함께 온전히 토요일을 보냈습니다. 세 끼 모두 제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으며 어머니는 가슴의 가공할 통증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엷은 미소를 짓곤 했지요. “아들이 함께 있어서 오늘은 편하게 지냈네.”라는 말씀을 들을 때는 오히려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자식의 작고 하찮은 배려조차도 어머니께는 큰 감동이고 기쁨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작고 하찮은 배려’조차도 제대로 해드리지 못했구나 하는 죄스러움 때문입니다. 그리고 밀린 잠을 (늘 그렇듯이) 알뜰하게도 벌충을 했습니다. 희한하게도 집에 있으면 왜 그렇게 잠이 쏟아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낮에 그렇게 잠만 자면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 어쩌려고 그러냐.”라고 하셨지만 그건 전혀 걱정할 일이 못됩니다. 왜냐하면 밤에도 역시 눕기만 하면 잠이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저것 집에서 해야 할 잡스러운 일들을 찾아서 처리하고 끼니때가 되면 어머님 밥상을 차려드리고 졸리면 잠을 자고…… 그야말로 펜션에 휴가 온 회사원처럼 여유롭게 하루를 보낸 것입니다. 앞으로도 주말의 시간은 이런 패턴으로 소일하게 될 거란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어머니의 저 견디기 쉽지 않은 고통도 빨리 끝나기를 기도합니다. 외람된 얘기지만, 평생을 신을 의지하며 기도의 생을 살아오신 분에게 말년에 저리 큰 고통을 주신다는 건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모습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하나님, 빨리 울 어머니 고통을 가져가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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