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우리 가족의 '추석 풍정(風情)' 본문
추석 명절 아침, 하나님과 조상님들께 감사와 추모의 예배를 드리기 위해 가족들이 모였다. 느슨한 기독교인인 내가 장남이라는 이유로 예배를 주관했다. 묵도를 할 때 나는,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로 시작하는 시편 107편을 읽었고, 묵도가 끝나자, 가족들 모두 돌아가면서 교독문 65번(감사절, 시편 136 : 1∼12)을 읽었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신들 중에 뛰어난 하나님께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주들 중에 뛰어난 주께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홀로 큰 기이한 일들을 행하시는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지혜로 하늘을 지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땅을 물 위에 펴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큰 빛들을 지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해로 낮을 주관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달과 별들로 밤을 주관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교독문 읽기를 마치고, 찬송가 460장을 함께 부르고 난 후, 동생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한 추모, 그리고 어머님의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를 했다. 그리고 이어 어머님께서는 가족들의 안녕과 수해로 인해 슬픔에 빠진 많은 이들을 위한 위로와 연민의 기도를 하셨다. 기도가 끝난 후, 가족들과 더불어 읽고 생각해 본 성경구절은 마태복음 6장 25절∼34절,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지 아니하며 몸이 의복보다 중하지 아니하냐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 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나 더할 수 있느냐
-또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지우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니라.
성경읽기를 마치고, 가족들은 돌아가면서 자신이 현재,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 순서를 가졌다. 조카 중 하나인 우현이는 요즘들어 '고기를 자주 먹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을 해, 가족들을 웃음 바다에 빠뜨렸다. 나는 어머니의 건강에 감사한다고 했고, 수현이는 '노력한 것보다 성적이 잘 나오는, 좋은(?) 두뇌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말을 해 다시 한 번 가족들은 웃음바다...^^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 보는 시간을 마친 후, 성경 구절을 맘에 새기며, 내가 정리 기도를 했고, 아버지와 조상들을 생각하며 잠시 묵념, 그리고 '주기도문'을 모두 욈으로써 추석, 감사와 추모예배를 모두 마쳤다.
토란국을 곁들인 아침 식사를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 동생 내외는 처가이자 친정인 강화를 가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고, 얼마 후, 시댁에서 명절 제사를 지낸 큰누나네 식구들이 도착했다. 부산에 있는 작은 누나는 이번 추석에도 올라오질 못했다. 말씀은 안 하셨지만, 어머님의 기도 속에서 작은 누나에 대한 걱정과 연민의 맘을 읽을 수 있었다. 이번에 삼성그룹에 취직한 조카 민규는 할머니에게는 화장품을, 그리고 나에게는 비싼 오디주 세트를 선물했다. '나누고 함께하는' 게 명절이라지만, 나는 가족들에게 마음만 줄 수밖에 없었다. 폭우로 얼룩진 2010년의 추석이었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더불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몹쓸 일은, 짧은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방문했던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이 집으로 가야할 시간이 되었을 때, 잠깐.. 어머님 얼굴 위로 스쳐지나가는 쓸쓸함과 아쉬움을 읽게 된다는 것인데.... 모든 것에는 쉽게 익숙해지면서 왜 그러한 '어머니의 표정'에는 '정서적(면역) 항체'가 생기지 않는 것인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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