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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물에 잠긴 추석 명절... 본문

일상

물에 잠긴 추석 명절...

달빛사랑 2010. 9. 21. 22:45

 

 

 

 

 

 

 

 

 

 

 

 

 

 

 월요일, 친구들과의 모임을 끝내고 귀가할 때부터, 차창을 때리는 비가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비는 연휴 첫날인 오늘 새벽까지 끊임없이 내리더니, 오전엔 빗방울이 더욱 굵어져, 전을 부치면서 창밖을 바라보았을 때, 눈에 들어온 빗줄기는 마치 굵은 밧줄 같았다. 비가 '내리는 게' 아니라, '퍼붓고' 있었다. 
 추석 특집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던 티비에서는 프로그램 중간마다 호우 특보를 내보냈다. 특보에 의하면, 서울과 인천의 피해가 예상외로 심각했다. 인천 서구에서는 가정동 지하차도가 침수되어 통행이 금지되었고, 작전동, 계산동, 효성동 일대가 물에 잠겼으며, 추석 대목을 기대했던 신현동 재래시장은 발목까지 차 오른 물로 인해 대목은커녕, 장사조차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리집을 향하던 동생 내외로부터도 연신 문자가 도착했다. 도림동, 남촌동, 만수동 고가 밑이 물에 잠겨 차가 들어갈 수 없어, 우리 아파트를 코앞에 두고도 물에 잠기지 않은 도로를 찾아 먼길로 우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우와 조카들을 맞을 겸해서 아파트 현관을 나서니, 우리 아파트 경비실 앞으로도 떨어진 나뭇잎으로 인해 배수구가 막혀, 물이 화단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다행히 경비들이 배수구를 덮은 낙엽들을 치우자 이내 물이 빠지긴 했지만, 지하 주차장으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만만찮아 모두들 심난한 표정들이었다. 철들고 나서 수 십여 차례의 추석을 경험했지만, 이렇게 황망한 '물 속에 잠긴 명절'은 정말로 처음이다. 명절의 즐거움에 한껏 들떠 있다가 갑작스런 물폭탄을 맞아 졸지에 수재민이 된 사람들의 가슴은 얼마나 참담할 것인가? '하늘도 무심하다'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일 게다.
 명절이란 모름지기 '나누고, 베풀고, 함께 할 때' 그 즐거움이 더욱 커지는 법이겠지만, 갑작스런 천재지변으로 인해 '나누고 베풀 것'을 모두 잃어버리고, 그리웠던 가족들과도 함께 할 상황이 되지 않아 아픈 가슴을 달래고 있을 모든 수재민들에게 이제 우리가 '나누고, 베풀고, 함께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늦장 대응 면에서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대한민국의 관계기관들도 하루빨리 미봉책인 아닌, 현실적이고 납득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야속하고 잔인한 빗물에 잠긴 살풍경한 명절 연휴의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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