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간이역 본문
피어나는 꽃은 아무래도 간이역
지나치고 나면 아아,
그 도정(道程)에 꽃이 피어 있었던가
잠깐 멈추어서
그때 펼 것을, 설계(設計)
찬란한 그 햇빛을......
오랜 동안 걸어온 뒤에
돌아다 보면
비뚤어진 포도(鋪道)에
아득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제 꽃은 지고
지는 그 꽃에 미련은 오래 머물지만
져버린 꽃은 다시 피지 않는 걸.
여숙(旅宿)에서
서로 즐긴 사랑의 수표처럼
기억의 언덕 위에 잠깐 섰다가
흘러가 버린 바람이었는걸......
지나치고 나면 아아, 그 도정에 작은
간이역 하나가 있었던가
간이역 하나가
꽃과 같이 있었던가.-정공채, '간이역'
내가 지나온 시간 속에도 분명,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은 있었을 거예요.
누구에게나 '화양연화'는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그러나 그것이 언제쯤인지.... 나는 기억할 수 없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꾸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어쩌면, 내가 늙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고,
'살고 싶지 않은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심리적 자기방어일 수도 있을 거예요. 다시 말해, 생/존/본/능!
그렇다면 지천명의 나이가 다 되어, 자꾸 지난 시절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떨쳐내질 못하고 있는 나는
어쩌면 본능에 충실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꽃처럼 아름다운 시간'이었단 한들,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하여, 지나간 시간 속의 아름다움이란, 사실.... 구체적인 모습이 아닌,
추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변형되어 인식될 뿐이랍니다. 당연하게도... 가끔 아픔을 동반하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어째서 나는 '그때, 그곳'의 아름다움을들을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일까요? 그건 아마도...
너무 빨리 앞만 보고 달려온 탓이겠지요? 지나치게 빠른 나의 보폭이, 그 도정에 피어 있던
'한 송이 꽃과 같은 아름다움'을 미쳐 보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거 아니겠어요?
도대체 나는, 아름다움이 '수줍게' 누워있던 '간이역'들을 얼마나 많이 지나쳐 온 것이란 말인지....
잠깐 숨을 고르며, 조용히 걸어봐야 했을, 허다한 간이역들은 내 눈길, 내 발길에 닿지 않은 채 그냥 버려진 셈이죠.
어쨌든 나는 그곳을 지나던 당시에는 '그곳 혹은 그 사람'이 꽃이었음을 몰랐던 것이고,
돌이켜 보니 '그곳 혹은 그 사람'이 '정말 곱고 아름다운 꽃이었구나!'라고 새삼 깨닫고 있다는 것인데,
이제사 후회한들 무엇하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남은 날들도 많잖아요? 다만, 시 속에서 반복되는
'아아' 하는 시적 화자의 감탄사가 웬지 예사롭지 않게 가슴에 와 닿아, 그게 다소 거시기할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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