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달빛 아래 홀로 술 잔을 기울이며..." 본문
1.
꽃 밑에서 한 병의 술을 놓고 친한 이도 없이 홀로 마시네
잔을 들어 밝은 달님을 맞이하니 이제는 그림자까지 해서 셋이 되었네.
달은 본래전부터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내 몸을 따를 뿐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니 봄날을 당하여 마음껏 즐기네
내가 노래하면 달이 배회하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가 어지럽네
깨어 있을 때 함께 서로 즐기지만, 취한 뒤에는 각기 흩어지네.
속세 떠난 맑은 사귐 영원히 맺고자 멀리 은하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네.
2.
하늘이 만약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주성(酒星)이란 술별이 하늘에 있지 않고,
땅이 만약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땅에는 술 샘이 없었으리라.
하늘과 땅이 모두 술을 좋아하니, 애주(愛酒)는 하늘에 부끄러울 것 없도다.
예로부터 맑은 술은 성인에 비하였고, 흐린 술은 현인과 같다 말하였다네.
맑은 술과 흐린 술을 이미 다 마셨으니, 어찌 구태여 신선 되길 바랄 것인가.
석 잔 술 마시면 대도(大道)에 통하고, 한 말 술 마시면 자연과 합치되네.
오직 술 먹는 자만 취흥을 알 터이니, 깨어 있는 자에게는 전하지 말지어다.
3.
3월의 함양성, 낮이라 온갖 꽃들이 비단처럼 화려하다
그 누가 봄을 수심겹다 말했나. 이 꽃 길을 보고는 모름지기 술을 마실지어다
궁하고 통하는 것과 길고 짧은 것, 모두 조화옹(조물주)이 준 것이라네
한 동이 술이 죽음과 삶을 같게 만들고, 만사는 진실로 살피기 어렵도다
거나하게 취한 뒤로는 세상을 잊어버리고, 올연히 베개 높이고 잠자러 가노라.
내 몸이 있는 줄도 모르니, 이것이 바로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네.
4.
궁핍한 근심 천만 갈래이니. 맛있는 술 3백 잔을 들 것이라.
근심은 많고 술이 비록 적으나, 술을 기울이니 근심이 오지 않네.
술을 성인에 비유함을 아는 바이라. 술이 거나해지자 마음이 스스로 한가하네.
(백이와 숙제는)곡식을 사절하고 수양산에 누웠고, 자주 양식이 떨어져, 안회는 굶으면서
당대에 술 마시기를 즐기지 않았으니, 그 헛된 이름을 무엇에 쓸 것인가?
게 집게발은 곧 선약(신선의 약)이요, 술지게미 언덕이 바로 봉래산이네.
바야흐로 반드시 아름다운 술을 마시고, 달빛을 타고 높은 누대에서 취할지어다.
- 이백(李白), '달빛 아래 홀로 술 잔을 기울이며(월하독작)' 1~4수
베토벤, <월광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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