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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오늘 오후, 창수 형, 나, 진현 등 민예총 잡지 편집주간을 담당했던 선배들과 최근 새롭게 꾸려진 새내기 어린 편집자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고 후배들의 질문에 대답도 해주라는 취지로 정책위원장 창길이 주선한 자리였다. 후배들이 반갑기도 했지만, 덕분에 그간 지나온 잡지의 역사를 훑어보며 잠시 감회에 젖기도 했다. 예산이 부족해서 원고료도 제대로 못 주고 나의 인맥을 활용해 지인들에게 좋은 원고를 거의 강탈하다시피 얻어온 기억들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래도 지금은 시에서 편집비용을 지원받고 있어서 (비록 정산 의무는 있을지언정) 예산이 없어서 책을 못 내거나 원고료를 못 주는 상황은 아니다. 새로운 편집진 중 막내들은 거의 아들이나 딸뻘이라서 귀엽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했다. 그들과..

막냇동생과 함께 남편(내게는 매형) 봉안당에 다녀오던 큰누나가 오랜만에 형제들끼리 점심 먹자고 전화했다. 12시쯤 만나서 도림동에 있는 곤드레밥집에 들러 식사했다. 딱 점심시간에 들렀기 때문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자리가 날 때까지 20분쯤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결코 밥값이 싼 것도 아닌데도 이 식당은 올 때마다 매번 문전성시였다. 식사를 마치고 큰누나댁에 들러 차 마시며 담소하다 누나가 준 오이지와 제로 캔콜라 6병, 분갈이용 예쁘고 큰 화분 3개, 호박죽 4팩 등을 받아서 귀가했다.그리고 종일 기분이 묘했다. 정치 유튜버들은 그야말로 여름밤의 개구리들처럼 저마다 향후 정치 지형을 예측하며 개굴 대고 있었다. 선거 기간 내내, 아니 그 이전부터 횡행하던 증오와 조롱, 배제와 저주의 말들은 선거가 ..

21대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증을 받고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보궐 선거는 인수위 기간을 건너뛰고 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개표 방송을 보다 그의 당선이 확실하다는 뉴스를 듣고 새벽에야 잠에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TV에서는 그의 대통령 당선을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선거관리위원회 회의가 방영되고 있었다. 그들도 꼬박 밤새웠을 텐데, 참 대한민국 공무원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내란을 막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니만큼 이재명 대통령은 새로운 정치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 지난겨울에서 올여름까지 정말 숨 가쁜 정치 상황이었다. 잃었던 것, 기울었던 것, 잘못된 모든 걸 되찾고, 바로 세우고, 올바로 되돌리는 시간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국민 사이의 분열과..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역대급인 79.4%. 투표가 끝나자마자 발표한 출구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12% 정도 앞섰다. 방송 3사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각 당이 보인 표정을 화면으로 보여주었는데, 당연히 민주당은 환호성을 질렀고, 국민의힘은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실제 개표 결과는 출구조사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당선자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오후 11시를 넘어설 때쯤 MBC는 이재명 후보를 당선 유력 후보로 지정했다. 초반에는 김문수 후보가 앞서기도 했지만, 개표가 진행될수록 이재명 후보와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졌다. 하지만 애초 출구조사에서 밝혔던 12.4% 만큼 차이가 벌어지진 않았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진보 유튜버들은 난리가 났고, 보수 유..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날씨였다. 침대에 누운 채 모바일 어플로 날씨를 확인했다. 정오 무렵 잠깐 비 온다는 예보가 떴다. '잠깐'에 생각이 꽂혀 출근할 때 일부러 우산을 안 들고 나왔다. 점심 먹으로 갈 때, 예보대로 잠깐 빗방울 떨어졌다. 비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빗방울이었다. 우산을 안 써도 옷이 젖지 않을 만큼 알량했다. 대개 선거일에 비가 많이 오면 투표율이 떨어진다. 노인들이 궂은 날씨에 투표장 나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70대 이상 노인들이 전폭 지지하는 국힘 후보 김 씨로서는 궂은 날씨가 무척 못마땅할 게 분명하다. 물론 날이 좋아도 변수는 있다. 날이 너무 좋으면 젊은이들이 들로 산으로 외유를 떠나 상대적으로 젊은 지지층이 많은 민주당 후보가 불리해진다. 하지만 이처럼 ..

어제 낮술 때문인지 아침에 깼을 때 속이 메슥거렸다. 우유 한 컵을 레인지에 데워 마신 후 아이스크림 두어 스푼을 떠먹었더니 속이 다소 편해졌다. 운동을 위해 실내 자전거에 앉아 유튜브로 지난밤 뉴스를 검색했다. 예상대로 선거 관련 유쾌하지 않은 각종 뉴스가 일제히 떴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보수단체 자유총연맹과 일부 엉덩이에 뿔 난 어른들이 늘봄학교 ‘리박스쿨’(이승만과 박정희의 성을 따서 작명한 것)을 만들어 전국의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이승만과 박정희의 업적을 홍보하고, 노벨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은 폭력을 정당화한 소설이라고 폄훼하는가 하면, 동성애는 죄를 짓는 거라는 등의 파시즘 교육을 진행해 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조직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위한 댓글 공작 혐의도..

정신없던 5월도 이제 다 갔다. 5월은 여러모로 의미 많은 달이지만, 올해 5월은 여느 해보다 숨 가빴다. 내란 세력들의 발호와 결집, 대통령 선거 출마자들의 혼탁한 선거운동, 5월답지 않게 더운 날씨, 아, 그렇다, 특히 날씨! 날씨는 그러면 안 되었다. 본디 5월은 얼마나 상큼하고 아름다운 달인가. 여름에 맘을 빼앗긴 5월은 눈치 없어 보이고, 얄미워 보이고, 가끔 한심해 보였다.❚하지만 나는 5월을 미워할 수 없다. 개인적인 인연, 이를테면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의 생일이 대부분 5월이라는 건 차치하더라도 5월은 광주항쟁, 인천항쟁 등 현대사의 큰 변화를 초래한 시민들의 항쟁이 일어났던 달이다.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는가? 생전 몇 번이나 더 5월을 만나게 될는지 알 수 없지만, 5월을 맞고 보내는 ..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미세먼지 상태와 날씨를 확인한다. 창문을 열고 환기하려면 미세먼지 확인은 필수다. 오늘 미세먼지는 보통 수준이었고 날씨는 맑았다. 사전 투표는 오늘도 이어졌다. 투표율은 어제와는 달리 낮게 나왔다. 지난 대선 때보다도 2% 정도 낮다고 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의 높은 투표율에 고무되어 (혹은 실망하여) 그것이 최종 결과에 미칠 긍정적 영향과 (혹은 부정적 영향) 파장을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견강부회하던 유튜버들은 오늘도 한결같이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저마다 내놓았다. 대표적인 해석(합리화)의 기조(유형)는 '그럴 수도 있다'와 '그것 봐라'였다. 빨리 선거가 끝났으면 좋겠다. 말의 오염과 사람들의 사나워진 심성이 뿜어내는 온갖 저주들이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전 투표하기 위해 만수1동 주민자치센터 3층에 마련된 투표장에 다녀왔다. 수구 세력들의 온갖 허튼짓과 부정선거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국민이 투표장에 있었다. 투표 마감 시간인 6시 이후에 발표된 투표율은 사장 최대인 19.58%였다. 계엄과 내란 이후 국민은 어언 6개월 동안 망가진 일상에서 분노를 다스리면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국민의 절박한 마음이 높은 투표율로 나타난 게 아니겠는가. 국민의힘과 길거리 보수들은 오늘도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높은 투표율에 담긴 국민의 마음을 폄훼하고 조롱하며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발버둥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건, 그들의 위기감도 그만큼 크다는 걸 의미한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운명 앞에서 마지막으로 발..

오후에 장명규 선배 전시를 보기 위해 신포동 인천아트플랫폼을 다녀왔다. 지인들의 전시장이나 공연장은 품앗이하는 마음으로 들르곤 하지만, 다시 말해 다소 의무감에 방문하는 편이지만, 그전부터 장 선배의 전시는 꼭 보고 싶었다. 그의 그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가 지닌 작가로서의 철학과 현실 인식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선배는 몇 년 전에 대장암 진단을 받고 재작년까지 치열하게 투병했다. 본래 말이 없고 조용한 양반이라 암에 걸린 것도, 투병 중인 것도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다행히 암세포가 잡히고 현재는 건강을 되찾아 다시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 상당수가 최근에 창작된 작품들이었다. 그가 투병이 끝나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와 얼마나 치열하게 작업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