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눈비 내린 정월 대보름 (2-12-수, 눈비 오다 갬) 본문
절기상 정월 대보름이었지만 아침부터 눈발이 날렸다. 휴대전화에도 '대설주의보' 안전문자가 떴다. '도대체 얼마나 오려고' 하는 마음으로 창문을 여니 실제로 눈송이들이 펄펄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거리에는 드문드문 눈이 쌓여 있었지만 하늘의 색깔이나 눈송이의 크기를 고려할 때 대설이 될 것 같진 않아 보였다. 안전과 관련한 문자는 백 번 너스레를 떨어도 지나친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열 번의 예보 중 아홉 번이 틀려도 남은 한 번의 예보가 치명적인 재해를 막을 수 있게 해 주었다면 예보의 존재 의의는 확실한 것이다) 그저 빙판길 운전이나 낙상 조심하라는 문자면 됐을 텐데, 대설주의보를 내린 건 억지스러워 보였다. 아, 물론 인천 말고 다른 지역에서는 예보처럼 진짜 대설이 내렸는지 알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눈은 시간이 지나면서 비와 섞여 내리거나 진눈깨비로 내리다가 그마저도 저녁 무렵에는 완전히 그치고 밤에는 휘영청 뜬 보름달을 볼 수 있었다. 오늘 삼산유수지에서 대보름 달집 태우기 행사하는 후배들에게 천만다행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겨울비와 진눈깨비를 맞다가 나온 달이라서 너무 반가운 나머지 깜빡 잊고 소원 비는 것을 잊어버렸다. 나도 땅에 사는 달(Moon)이니 직접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다. 작은누나는 오곡밥을 지어 나와 큰누나에게 나눠졌다. 우리 집에 모여서 함께 식사하려 했는데, 큰누나가 감기에 걸려 함께하질 못했다. 아, 그러고 보니 부럼을 깨는 것도 깜빡 잊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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