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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맛있는 뭇국을 먹으며 (11-13-수, 맑음)
큰누나가 집에 왔다. 누나는 오는 길에 소고기와 무를 사와 뭇국을 끓였다. 누나는 속이 안 좋을 때면 다른 자극적인 음식은 겁나서 못 먹고, 아니 당기질 않고 오로지 소고기를 넣은 뭇국만 생각난다고 한다. 푹 끓여 고깃국물이 진해진 뭇국을 먹으면 탈 났던 속도 편안해지고 입맛도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런(속이 안 좋은) 날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도 속이 안 좋을 때나 입맛이 없을 때면 나에게 "아범, 나 다른 건 필요 없고 소고기 반 근만 사다가 뭇국 좀 끓여줘"라고 부탁하시곤 했다. 연세가 드실수록 소화 기능이 떨어져 소고기 뭇국을 끓이는 횟수가 많아졌다. 말년에는 뭇국의 물러진 무조차도 넘기지 못하시고 국물만 몇 수저 뜨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마음이..
일상
2024. 11. 13. 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