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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돌봐주지 않아도 무럭무럭 잘도 컸지. 손톱 끝이 까맣던 아이들 경인고속도로를 가로질러 육교가 서자 늘 낮게 낮게 알아서 기던 그들, 다른 놀이들 모두 시들해져 육교 위에 올라 발아래로 씽씽 달리던 차들을 향해 혀를 내밀거나 감자를 먹였지. 처음으로 높은 곳에서 굽어보는 낮은 세상의 낯선 풍..
빛의 내쏨, 혹은 그 빛... 사광(射光)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투사되는 빛의 입자, 그 하나하나에 깃든(들) 희망, 그리고 사랑을 위하여...
빗소리 속에서 들리는 울음소리... 옷깃을 스치며 부는 바람 속에서 느껴지는 손길... 일정하게 점등과 소등이 반복되는 저 무정한 가로등 불빛 속에서 반짝이는 눈빛... 내가 만나고 부딪치는 모든 것 속에 '사람'이 있다. 그런데 나는 자주 피곤하다. 술판에서도 자주 취해 흔들리고, 홀로 있으면 둠벙..
요 며칠 정신없이 살았다. 아니 굴렀다. 어질머리 고민들이 해결되지 않을 때, 몸을 마구 괴롭히는 건 나의 오랜 습관이다. 별로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확실히 잠시 동안은 '고민'의 늪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는 동안' 많은 전화와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시간은 나를 위해 자신의 냉정한 ..
아이티 대지진을 보면서... 신앙심이 깊지 못한 나는 "과연 신의 사랑이란 누구에게나 공정한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얼치기 종교인들은 '종말의 징조' 운운하며 가공할 비극조차 교세 확장의 도구로 이용하겠지만.... 도대체... 은총의 '돌층계'와 섭리의 '자갈밭'을** 얼마나 오르고... 또 걸어..
노주인(老主人)의 장벽(腸壁)에무시로 인동 삼긴 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도로 피여 붉고, 구석에 그늘 지어무가 순돋아 파릇하고, 흙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바깥 풍설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에 책력도 없이삼동(三冬)이 하이얗다.-정지용, '인동차(茶)' '노주인'도 나처럼 속앓이를 하고 ..
해가 바뀌고... 하여, 달력이 바뀌고, 생활계획표가 바뀌고, 나의 나이도 바뀌고, 아들의 덩치와 신장이 바뀌었지만... 나의 친구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고 내가 다니던 단골 술집도 여전히 그곳에 있고, 나의 강의 주제도 여전히 그것이고, 나의 술버릇도 여전히 그대로이고, 나의 18번 노래도 여전히 ..
오후.... 근처에 사는 친구 동호의 연락을 받고 아파트 근처, 먹자골목엘 나가 곱창을 먹었어. 늘 가던 단골 회집을 지나쳐서 곱창집을 택한 거지. 서비스로 나온 간과 천엽도 좋았지만, 쫄깃쫄깃한 곱창은 정말 일품이었지. 그런데, 곱창을 씹으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 우리네 인생이 어떤 면에선 이..
친구 사이에는 금전 거래를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돈이 필요해... 친구에게 어렵게 연락을 했다. (죽기보다 싫었다) 이것저것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핵심'을 전달해야 했는데, 할말이 목에 걸려 나오질 않았다. 수화기를 들 때까지만 해도, 나의 어려운 상황과 상환 계획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