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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참 모진 세월이다 (12-26-목, 맑음) 본문

일상

참 모진 세월이다 (12-26-목, 맑음)

달빛사랑 2024. 12. 26. 22:51

 

출근했다가 점심시간에 퇴근했다. 내일도 출근해야만 해서 오전 근무만 한 것이다. 내일 길병원 예약도 있고, 비서실 회식도 예정되어 있다. 어차피 청에 나와야 하는 날이다. 사실 병원 예약 사실은 깜빡 잊고 있었다. 모바일 AI 비서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오후에는 실내 자전거 서비스 기사가 전화해 내일 4시 전후에 방문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 순간 생각이 많아졌다. “그럼요, 와도 됩니다”라고 말할 경우, 나는 청에서 근무하다가 4시쯤 집에 들러 서비스 기사를 만나 서비스를 받은 후 비서실 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청사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날 오라고 하면 그만큼 서비스가 늦어져 자전거를 탈 때마다 불쾌한 잡소리를 들어야 한다. 서비스 기사의 전화로 여러 일정이 무척 비효율적으로 꼬여버렸다.

 

서비스 기사와 통화를 마치자, 이번에는 감(監)의 수행 비서 박 모가 전화했다. 수행 비서가 내게 전화할 때는 뭔가 일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 일거리는 대체로 축사나 조사, 인사말과 추천사 쓰기와 같은, 글쓰기와 관련된 일들이다. 오늘 요청받은 글은 출판기념회 축사였다. 전화를 끊고 30분쯤 생각을 집중해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축사를 완성했다.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축사할 게 뻔한 출판기념회 축사치곤 다소 양이 많아 보였지만, 그렇게 써 주어야만 감(監)이 알아서 넣을 건 넣고 뺄 건 빼면서 자신만의 축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비서에게 전화해 원고 완성 사실을 알려준 후 (비서의 전화기에는 수많은 문자가 쉴 새 없이 들어오기 때문에 반드시 말해주어야 한다) 카톡으로 원고를 전송해 주었다. 토요일 전까지 써 보내면 되었던 건데 통화를 마치자마자 써 보냈더니 박 비서는 무척 놀란 것 같았다.


바보 대통령의 권한대행 한 씨도 엄밀히 말하면 내란 동조 세력인데 반성하기는커녕 얼떨결에 품에 안은 한시적 권력에 홀린 나머지 훼손된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귀한 시간을 의도적으로 지체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그 역시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해야 마땅하다. 왜 이 땅의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이 모양들인지…… 우리 국민이 너무 가련하다. 저 한 줌밖에 안 되는 파렴치한 모리배들을 왜 우리는 몰아내지 못하는 걸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슬프다. 무속과 점술에 의존하는 황당무계한 통의 본색을 왜 사람들은 지켜보기만 하는 것일까?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교리에 철저한 기독교 목사들마저도 윤통을 예수에 빗대며 추앙하는 건 얼마나 코미디인가?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집단 트라우마가 심각하다. 국민은 모두 화병(火病)을 앓고 있다. 참 모진 세월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서로 부둥켜안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빛을 향해 나갈 수밖에.

본래 우리 것이었으나 지금은 잠시 빼앗긴 진실과 양심의 그 빛을 되찾기 위해

염치없는 자들이 만들어 놓은 이 길고 긴 반민주 비인간의 터널을 벗어나야 하는 것을.

결국 우리가 이긴다는 걸 믿으면서도 때때로 불안하고 자꾸만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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