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비서실 회식, 그리고 이러저러한 일들 (12-27-금, 박무) 본문
종일 정신없었다. 오늘은 길병원 진료 예약도 있었고, 실내 자전거 수리 예약도 있었으며, 저녁에는 비서실 회식도 있었다. 결국 너무 피곤한 나머지 길병원 진료는 펑크 냈다. 자전거 수리비는 출장료와 베어링 교체까지 4만 원이 나왔다. 구매한 지 1년 조금 지난 제품을 수리하면서 4만 원이나 챙기다니, 맘이 개운하진 않았다. 안장에 앉아서 페달만 돌렸는데, 고객의 잘못에 의해 고장 날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러니 오히려 고객에게 미안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닌지.......
서비스 기사가 돌아간 후 부리나케 옷 갈아입고 비서실 회식 장소로 갔다. 얼추 도착했을 때 박 비서실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식당가 골목으로 들어서자 식당 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며 전화를 거는 그가 보였다. “아, 왜 안 와요?”하는 그에게 “옆을 봐요” 하며 손을 흔들자, 나를 발견한 그는 전화를 끊으며 같이 손을 흔들었다. 언제 봐도 반가운 사람.
박 실장과 함께 ‘구봉산’ 특실로 들어갔더니 20여 명의 직원들이 앉아 대화하고 있었고 직원들 틈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교육감의 모습도 보였다. 간부들은 왼쪽에 모여 앉아 조용조용 대화하고 있었고, 평직원들은 오른쪽에 앉아 술 마시고 있었는데, 뭐가 좋은지 그쪽에서는 연신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교육감이 있는 자리로 가서 박 실장 맞은편에 앉았다. 교육행정국장과는 오늘 처음으로 명함을 교환했다. 집무실이 내 사무실 맞은편이라서 오며 가며 자주 얼굴을 본 사이다. 또 비서실에서 근무하다가 타 부서로 간 직원들도 오랜만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작년 이맘때 비서실 회식으로 모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다. 시간이 흡사 물처럼 흘렀다.
늦게 왔다고 보는 사람마다 술을 권해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취했다. 그래서 2차를 따라갔지만 술은 마시지 않고 앉아 있다가 택시 타고 집에 왔다. 누군가 택시를 잡아준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돌아오는데 날이 너무 춥더라. 그 와중에도 집 앞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사 왔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무는 시간의 가속도 (12-29-일, 맑음) (3) | 2024.12.29 |
---|---|
그는 공연했고, 다른 그는 고아가 되었다 (12-28-토, 맑음) (0) | 2024.12.28 |
참 모진 세월이다 (12-26-목, 맑음) (1) | 2024.12.26 |
윤슬 같은 사람 (12-25-수, 흐림) (5) | 2024.12.25 |
2024년 크리스마스이브 (12-24-화, 흐림) (5) | 2024.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