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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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0월의 마지막 날 (10-31-목, 구름)

달빛사랑 2024. 10. 31. 23:30

 

어제 누나들과 점심 먹고 근처 큰누나댁에 들러 생전 매형이 입던 콤비와 청바지, 티셔츠, 신발 등을 받아왔다. 두어 달 전쯤에도 티와 양말을 잔뜩 받아왔는데 이번에도 커다란 쇼핑백에 가득 들어찰 만큼 많이 받아왔다. 같이 간 작은누나도 큰누나의 신발과 옷들을 받았다. 대개가 구매하고 보니 치수가 맞지 않아 방치했던 신발과 옷들이었다. 누나는 이것저것 옷을 입어보며 “이거 내가 입을게” 하고 골라놓는 나를 보며 “고마워. 매형 옷을 기분 좋게 입어줘서. 다른 사람들은 고인의 옷을 입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너 아니었으면 다 버렸을 거야.” 하며 아득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당연한 게 아니야? 멀쩡한 걸 왜 버려” 하며 웃긴 했지만, 큰누나의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오늘은 어제 가져온 옷과 8월에 가져온 옷들을 다시 꺼내 하나하나 꼼꼼하게 입어보고 수선해야 할 옷들을 따로 골라내어 (바지 4벌) 집 앞 수선집에 맡겼다. 그리고 옷걸이에 걸어놓았던 티셔츠들은 인터넷에서 배운 (어깨에 옷걸이 자국이 나지 않게 접어 거는) 방법으로 다시 접어서 걸어놓았다. 양말과 기능성 티(대개 아웃도어 제품)들도 서랍장에 가지런히 정리해 넣었다. 평소 양복을 입지 않아 검은 상복 말고는 정장 상의가 한 벌도 없었는데 누나 덕분에 (정확하게는 매형 덕분에) 콤비 상의가 세 벌이나 생겼다. 지난 8월에 가져온 캐주얼 상의까지 합치면 양복 상의가 4벌이 생긴 셈이다. 정장을 입어야 하는 자리임에도 캐주얼 차림으로 참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선택지가 많아졌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라고 방송에서도 SNS에서도 너스레가 많다. 이날만 되면 가수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문법적으로는 '잊힌'이 맞다. '잊혀진'은 이중 피동이다)을 이곳저곳에서 듣게 된다. 이 노래는 10월의 마지막 날, 연인과 헤어진 사람의 (이별의) 아픔을 담고 있는 노래인 듯한데, 가사 속 화자인 그 혹은 그녀에게는 10월의 마지막 밤이 아픈 추억이겠지만 나에게는 별다른 추억이 없다. 물론 이날만 되면 의식적으로 지인들과 모여서 술 마신 기억은 있으니, 나에게 10월 마지막 밤의 '아픔'이 있다면 숙취와 속 쓰림으로 인한 아픔일 것이다. 이제 날짜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하며 술을 마시던, 그런 감성도 낭만도 청승도 없다. 그만큼 늙은 것이겠지. 다만 아쉽다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10월이 끝났다는 것과 내 인생에서 그리 많이 남지 않은 또 하나의 10월이 가버렸다는 것뿐. 그러나 이날 밤, 처처에서 사랑의 아픔과 지난 사랑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술잔을 들고 있을 모든 연인에게 위로의 인사를 보낸다. 사랑을 기억하는 일, 사랑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법이니까. 잘 가라,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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