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좋은 일만 있을 거 같아, 11월! (11-2-토, 맑음) 본문
생각보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나는 확실히 11월에 관해 선입관이 있는 게 분명해. 이를테면 11월은 가을보다는 겨울에 속한 달 같다는) 따듯했다. 한낮은 기온이 23도까지 올라갔으니 전형적인 가을 날씨라고 해야겠네. 산책하기 좋은 날이었지. 등산족들에게는 정말 좋은 날씨였어. 골프 라운딩하러 간 내 친구들에게도 좋은 날이고. 나 같이 며칠째 집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에게도 기분 좋은 날인 건 분명해. 하늘을 보면서 어디로든 여행하고 싶은 생각이 막 솟아났거든. 아니면 대공원 호숫가를 산책하다가 아는 친구나 후배를 불러 소래산 입구의 만의골에 가서 파전에 막걸리라도 마실까도 생각했고. 물론 생각뿐이었어. 여행은 늘 생각뿐이고, 공원 산책도 입고 갈 옷이 없다는 핑계로 생각만 하다가 그만두기 일쑤지. 등산하는 게 아니니 등산복을 입고 갈 필요도 없고, 그저 후드나 청바지 차림으로 가볍게 나서도 상관없는데 매번 옷 핑계를 대는 걸 보면 갈 의지가 없는 거 같긴 한데, 사실 나는 산책을 좋아하고 이전에는 틈만 나며 공원에 들렀거든. 그래 맞아, 내가 이렇듯 몸을 사리게 된 건 순전히 미세먼지 때문이야. 그렇지 않아도 기관지가 약한 내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돌아다니는 건 건강을 해치는 일이긴 하지. 그래서 외출할 때마다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게 미세먼지 상태거든. 휴대전화에 먼지 알림 프로그램도 설치해 놓고 매시간 확인하곤 했지. 그런데 알다시피 요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얼마나 많아. 그래서 안 나가다 보니 이 지경(?)이 된 거지. 하, 변명치고는 그럴듯하군. 오늘은 대기질조차 좋았다고. 아무튼 오늘은 공기도 좋고 날도 좋았지만 종일 집에 있었다고. 오후가 되면서 몇 번의 유혹은 있었지. 술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거든. 하지만 혈당도 다소 높아지고 체중도 2kg 정도 늘었으며, 지난주까지 지출이 워낙 많았던 터라서 꾹 참았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었지만, 달력에 아이스크림 먹은 날은 표시해 두고 악착같이 참고 있어. 지난 화요일에 먹었으니 나흘째 안 먹은 건데, 마약 금단현상처럼 머리에는 온통 아이스크림 생각뿐이었어. 그래도 잘 참았어. 유튜브에서 아이스크림으로 인해 건강을 잃은 사람들의 영상을 찾아보면서 처절하게 버티는 중이라고. ‘이게 사는 건가? 내가 무슨 영화를 보려고’ 등등 유혹에 넘어가는 걸 합리화하려는 생각이 장난이 아니지만, 그래도 견디고 나면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해. 아무튼 11월의 첫 번째 토요일을 보내면서 11월이 왠지 모르게 나와 잘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일단 시작이 순하잖아. 언제까지 순한 얼굴을 보일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시작은 좋았어. 계속 이렇게 순한 모습을 보인다면 11월에는 내가 훌쩍 어디론가 떠날 수도 있을 거 같아. 설사 그럴듯한 여행을 떠나지 못한다 해도 확실히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 오늘 참 좋았어. 기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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