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가끔 이런 일도 있긴 해 (8-16-금, 잦은 소나기) 본문
아침에 일어나 머리맡을 더듬는 순간 기분이 싸했다. 휴대폰이 있어야 할 곳에 없었다. 황당함과 짜증이 뒤섞인 고약한 느낌, 혹시나 하면서 집 전화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역시나 집안에서는 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귀가했기 때문에 차에서 흘렸거나 술집에 두고 왔을 것이다. 후자(술집)라면 다행인데 전자라면 택시 기사에게 사례비를 줘야 한다. 지난번에도 택시 기사에게 10만 원을 주어야 했다. 머리는 아프고 짜증이 밀려왔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휴대폰 찾기' 프로그램을 실행하니 어제 술 마시기 위해 움직였던 동선 안에 있는 것으로 나왔다. 들렀던 술집들을 검색해 보니 장사 시작 시간이 대체로 오후 4시 이후였다. 일단 안심했다. 다소 편안해진 마음으로 아침을 챙겨 먹고 운동도 하고 오후에는 낮잠도 잤다. 4시가 넘으면서 내 휴대폰에 전화도 걸어 보고 2차로 갔던 맥줏집에도 연락해 봤다. 없었다. 휴대폰은 여전히 그 지역에서 검색됐다. 그래서 다시 내 폰에 전화했더니 누군가 받았다. 3차로 갔던 육회집 젊은 사장이었다. "지금 막 가게에 나와 영업 준비 중이라서 바쁘네요. 여기 '화로가'인데, 어딘지 아시지요?" 해서, "예, 알아요. 아웃렛 앞에 있는 거잖아요" 했더니, "예, 맞아요" 했다. 전화를 끊고 바로 나가서 휴대폰을 찾아왔다. 오고 가고 꼬박 1시간 걸렸다. 소나기가 내려 우산을 들고나갔는데, 비가 내리는데도 어찌 그리 땀은 쏟아지고 불쾌지수는 올라가는지, 비 내려 상쾌하기는커녕 습도만 더욱 높아진 것 같았다. 이 휴대폰과 나와는 인연이 깊은 모양이다. 이번까지 세 번이나 잃어버렸다가 어찌어찌 매번 다시 찾았다. 아무튼 휴대폰 안의 정보를 잃는 것보다는 안 흘려도 되는 땀 한 시간 흘린 게 훨씬 덜 귀찮은 일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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