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8-15-목, 소나기) 본문
어제 은준과 담백하게 일찍 헤어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운동하고 몸이 나른해 초저녁부터 졸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당연하게도 새벽에 깼고 그때부터 뒤척이다가 밖이 환하게 밝아올 때쯤 개운하지 않게 잠이 들었다가 이내 깨는 바람에 아침부터 몸이 무겁고 피곤했다. 어제 살펴본 예보로는 오늘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자주 내릴 거라고 했는데, 아침에는 전혀 비가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환기를 위해 잠깐 열어 놓은 창문으로 뜨거운 공기가 들어찼다. 그러자 잠시 쉬고 있던 에어컨 실외기들이 부리나케 가동되기 시작했다. 말복 지난 날씨라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5시 30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가 열리는 부평공원에 가기 위해 막 집을 나서려고 할 때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더니 마침내 예보대로 거센 소낙비가 내렸다. 오랜만에 만난 장한 빗줄기였다. 빗줄기가 워낙 맹렬해 거리로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아 (비가 가늘어질 때까지) 잠시 기다리다가 10여 분쯤 지나 부슬비로 바뀌었을 때 집을 나섰다. 6시 조금 넘어 공원에 도착했고, 막 행사가 시작되었는지 내빈들의 인사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비가 내렸는데도 더위는 전혀 가시지 않아서 공원에 도착했을 때 나는 흡사 샤워하고 나온 사람처럼 온몸이 땀에 젖었다. 행사장에 있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땀에 젖은 채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후배들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추모 공연과 헌화를 마친 후, 오랜만에 만난 형들(수홍 형, 세일 형, 성재 형)과 막걸리 한잔하고 돌아왔다. 30번 버스는 새 차라서 그런지 에어컨이 빵빵했다. 차에서 내리니 안경에 김이 서리더라. 현광아파트 정거장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그 3~4분 동안 다시 또 땀범벅이 되었다. 이런 날은 집에 돌아와 샤워기 앞에 서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이놈의 더위는 언제나 끝이 날까. 올 정월대보름에 부럼을 많이 먹지 않아 이렇게 더위를 타는 건가. 아무튼 정말 싫다. 습도와 찜통더위.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앞에서 무모해지기 (8-17-토, 소나기) (0) | 2024.08.17 |
---|---|
가끔 이런 일도 있긴 해 (8-16-금, 잦은 소나기) (0) | 2024.08.16 |
말복 ❚ 인천, 인문의 풍경 전 (8-14-수, 가끔 소나기) (0) | 2024.08.14 |
별일 없어 별일이었던 하루 (8-13-화, 맑음) (0) | 2024.08.13 |
인천집 들렀다 갈매기까지 (8-12-월, 맑음) (0) | 2024.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