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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쿠팡, 오늘은 고마웠어 (8-18-일, 맑음) 본문

일상

쿠팡, 오늘은 고마웠어 (8-18-일, 맑음)

달빛사랑 2024. 8. 18. 23:39

 

쿠팡에서 새벽 배송으로 구매한 마요네즈 2통이 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 배송된 구매 상품을 가지러 계단 쪽 철문을 열고 나가보니 내용물이 빠져나간 비닐봉지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어랏! 쿠팡과 거래한 지 수년이 됐지만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휴대폰에는 오전 4시 44분 배송완료 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상품을 담았던 봉투가 남아 있다는 건 두 가지 가능성을 말해 준다. 하나는 상차 과정에서 비닐이 찢어져 상품이 빠져나갔는데, (만약 그렇다면 무게가 제법 나가는 마요네즈 2통을 박스에 넣지 않고 왜 이리 얇고 찢어지기 쉬운 비닐에 넣어 보냈는지 이해가 안 간다) 택배 기사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빈 봉투만 배송했을 가능성이다. 또 하나는 누군가 일부러 비닐을 찢고 물건만 쏙 빼서 가져갔을 가능성이다. 실제로 usb 저장장치나 일회용 밴드와 같이 부피가 작은 상품은 비닐 안에 (상품이) 들어있는지 어떤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피곤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새벽배송이다 보니 택배기사는 그저 '가벼운 상품들'이 들어있는 봉투려니 생각하고 빈 봉투를 계단에 놓고 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너무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이상해서라도 한 번쯤 확인했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누군가가 가져갔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내가 생각해도 기사가 빈 봉투인 줄 모르고 배달했을 가능성보다는 누군가가 가져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새벽에 술 취한 채 귀가 중인 취객들이나 파지를 주으러 다니는 노인들, 심지어 새벽기도 다녀오는 교인들 중에도 남의 택배에 손을 대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하는데, 문일여고와 집 앞에 설치된 CC TV를 확인해 보면 택배사의 실수인지 누군가의 절도인지 쉽게 알 수 있겠지만, 돈 만 원에 그러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어떤 절차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지 그 방법도 모른다. 

 

그래서 일단 쿠팡 측에 사실을 말하고 교환 반품(재배송)을 신청했다. 처음에는 (교환을) 신청했다가 그냥 환불받을 생각으로 취소했지만 어차피 마요네즈가 필요했기 때문에 사진까지 첨부해 다시 교환과 재배송을 신청했다. 그랬더니 점심때쯤 반품 회수 담당 직원이 와서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는 웃으며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일단 고객센터에 연락해 봐야 할 거 같아요" 하더니, 잠시 후) 빈 봉투만 회수해 갔다.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는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이 나왔다. 일단 그녀가 너무 땀을 흘리고 있었고, 그 다음으로는 반품 회수직원을 그렇게나 일찍 보내줬다는 쿠팡의 기동력 있는 처사가 고마웠기 때문이다. 

 

다시 상품을 보내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쿠팡에서 모든 게 자신들의 책임이라 인정하고 (설사 누군가가 훔쳐갔다 하더라도 단골고객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다시 상품을 보내준다면, 아주 오랫동안 쿠팡에 고마워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빈 봉투를 수거해가고 정확하게 3시간 40여 분 만에 다시 상품을 보내주었다. 이번에는 계단에 놓지 않고 현관 앞까지 가져다 놓았다. 감동했다. 하긴 그간 내가 올린 매상을 생각한다면 쿠팡에서 이 정도 믿음은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다. 하루를 기분좋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고맙다.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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