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여름 앞에서 무모해지기 (8-17-토, 소나기) 본문
이렇게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는 되는 걸까? 이렇게 여름 앞에서 무모해도 되는 거냐고? 장차 닥칠 곤혹스러움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별로 조급해하지 않는 이 무모함 말이야. 물론 "이번에는 쉴래요"라든가 "준비가 안 됐네요"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 일이긴 한데, 그래도 글쟁이의 자존심이 있잖아? 난 MBTI가 J인 줄 알았는데, P였네. 마감의 순간이 와야만 빛나는 집중력이 발휘되는 전형적인 P였어.
오늘은 심지어 '폭군'이라는 4부작 드라마도 완주했지 뭐야. 라면도 2개를 먹고, 아이스크림도 반 통을 먹었으며, TV 쇼 프로도 한 편 보다 말고, 방 청소와 운동은 당연히 했고, 유튜브도 장시간 시청했다고. 먹는 거야 그렇다 치지만 이게 어디 마감을 앞둔 글쟁이의 자세인가 말이야. 그래도 가끔 창밖에서 들리는 '쏴~!' 하는 소나기 소리는 듣기 좋았어.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가 손이 허전해 다시 나가서 휴대폰을 들고 와야 직성이 풀리는 이 습관, 희한하지? 옛날에는 책들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 오래 앉아 있곤 했는데, 그게 치질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에이 돌았지. 지금은 정말 화장실에 앉아 있는 5분에서 10분조차 휴대폰이 없으면 쾌변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으니, 도대체 우리가 얼마나 이 망할 문명의 이기에 얽매여 있는 거야. 글쓰기와 독서, 사색에도 내가 그렇게 얽매여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튼 미안하기도 하고(그런데 누구에게 미안한 거지?), 편안하기도 하고, 느긋하기도 하고, 뭐 그런 주말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건 확실해. 복잡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전쟁광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게 고전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인데, 문제는 이 광증의 인사가 코너로 몰리다 보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탐욕스럽거나 무식한 자가 권력을 잡으면 얼마나 황당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를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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