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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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명절 연휴 시작되다 (2-9-금, 맑음)

달빛사랑 2024. 2. 9. 23:16

 

연휴가 시작되었다. 출근하지 않는데도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청소했다. 누나가 떡국과 소고기를 사다 주며 설날 아침에는 꼭 떡국을 끓여 먹으라고 했다. 명절이지만 제사도 안 지내고 형제들도 자식들도 찾아오지 않아 특별히 명절 음식을 먹을 일이 없지만, 그래도 추석 송편, 동지 팥죽, 설날 떡국, 대보름 부럼처럼 명절이나 절기의 대표 음식은 먹어줘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라서, 그렇지 않아도 떡국은 끓여 먹을 생각이었다. 늘 필요한 것을 알아서 미리 준비해 주시는 놀랍고도 감동적인 여호와 이레! 소고기를 소분(小分)해서 냉동실과 냉장실에 각각 넣어두고 슈퍼에 들러 만두를 샀다. 내일 아침, 이왕이면 떡만둣국을 끓일 생각이다.

 

오후가 되면서 명절 잘 쇠라는 문자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중 상당수는 나를 특정해서 보냈다기보다는 카카오톡 같은 채팅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단체로 보낸 문자이거나 내용은 같고 이름만 바꿔 보낸 문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나는 일일이 답장을 보내주었다. 이미지 파일로 연하장을 보내온 사람에게도 나는 한 사람 한 사람 그 사람의 처지와 나와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문자로 답장을 해주었다. 문자를 보내고 나면 상당수가 다시 나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답 문자를 보낸다. 아마도 일괄적인 단체 문자에 나처럼 장문의 답장을 성의 있게 보내주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형식적인 것도 가끔은 중요하겠지만, 나는 기념일이나 명절이면 으레 보내는 형식적인 덕담이나 문자, 이를테면 인터넷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 연하장, 명절 이미지를 복사해서 그대로 붙여 넣는, 그런 덕담이나 문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꼭 보내야 할 사람이 있다면 진정성 있는 안부 편지를 보내는 편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답장에 대한 부담 때문에 덕담과 격려 문자들을 오히려 불편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듯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그래도 적은 온정이나마 남아 있는 사람이다. ‘받았으니 나도 뭔가를 보내줘야 할 텐데’ 하고 고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너무 쉽고 광범위하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제들이 많다 보니 오히려 상대의 마음이 엷어 보이거나 가벼워 보이는 첨단 문명 시대의 역설이라니, 참 재미있다.

 

그나저나 옛날에는 연휴와 명절 기간 방영될 TV 프로그램이 신문에 빼곡하게 게재되곤 했는데, (신문 한 면 전체, 연휴가 길 때는 두 면까지 차지했었지) 요즘은 종이 신문을 보지 않으니 그걸 알 수가 없네. 유튜브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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