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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소멸하거나 저항하는 기억 (2-6-화, 오전에 비) 본문

일상

소멸하거나 저항하는 기억 (2-6-화, 오전에 비)

달빛사랑 2024. 2. 6. 23:14

 

가끔 영화 제목이나 배우 이름, 특정 사물, 심지어 지인의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거나,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해야 할 말이 퍼뜩 생각나지 않아, "어, 그……, 저기……, 잠깐만, 아, 그게 뭐지?" 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단어와 문장을 호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일이 많아졌다. 최근에 만난 증상이 아니라서 무척 낯설어하거나 비감해하지는 않는다. 다만 불편할 뿐.❚

기억의 저장고에서 나쁜 기억만 점차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행복해질까. 어쩌면 나의 나쁜 기억 중 상당수는 이미 지워졌을지도 몰라. 그 '지워졌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 뿐. 아니면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별이 이제는 의미 없어졌거나 혹은 달라진 잣대로 인해 좋고 나쁨의 판단이 해당 기억들의 발생 시점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고. 아무튼 점차 선택적 기억(조작)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장(張)의 전화를 받았다. 어제 일에 관해 뭔가를 더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먼저 건 전화는 받지 못했고, 두 번째 온 전화를 받으니, "어제 죄송했어요. 형. 그래도 형 때문에 많이 참아보려고 했는데, 어제는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명문대 모질이들 정말 많네요." 하며 주저리주저리 너스레를 풀어놓았다. 나름 맺힌 게 많았던 모양이다. 그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그렇지 않아도 가방끈 콤플렉스가 있는 장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박박 긁어댄 훈이의 처사는 명백하게 도가 지나친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그래, 앞으로 따로 보자. 너를 찾는 좋은 사람들도 많은데, 굳이 너 싫다는 사람 만나 피곤해할 필요가 뭐가 있어?" 했더니, 그는 바로 "제 말이요. 앞으로는 절대 볼 일 없을 거예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새해 들어 첫번째 겪은 관계의 파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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