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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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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인천작가회의 총회 (1-20-토, 비와 진눈깨비)

달빛사랑 2024. 1. 20. 20:49

 

아침까지만 해도 총회에 불참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바람도 스산하게 불고 비도 추적추적 내린 데다가, 컨디션도 별로라서 오후 2시를 지날 때까지도 갈까 말까 망설였다. 하지만 내가 예뻐하는 후배 병국이의 절절한 참석 종용 문자가 내 마음을 움직였고, 이번에 안 가면 옛 창립 멤버들 얼굴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아서 맘을 고쳐먹고 집을 나섰다. 바람이 무척 차갑게 느껴져, 중량 오리털 잠바와 후드티에 목도리, 장갑까지 입고 두르고 낀 후에 거리로 나섰다. 정거장까지 걸어가며 '완전무장' 하고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 있게 출발해서 총회 장소인 소금꽃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는 회의 시작까지 10분 정도 남아 있었다. 익숙한 얼굴들이 인사를 해왔다. 후배 명수는 커피를 타다 주고 김 모 시인은 초콜릿과 과자들을 내 책상 앞에 놓아주었으며, 병국, 종필, 우신, 명남, 상실, 설야, 병걸 등 후배들은 모두 손을 흔들거나 다가와 악수를 하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다행히(?) 총회는, 장황한 사업 보고는 자료집으로 대체하고, 심각한 안건은 새롭게 구성되는 이사회에 이월시켜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 한 시간 만에 끝났다. 요 몇 년간 참석해 본 총회 중 가장 담백한 총회였다. 다만 새로 뽑힌 임원진 명단을 보면서 다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분들의 개인적 능력이나 경륜과는 무관하게, 강화에 살거나(지역 연대 테이블이나 관공서를 상대할 일이 많은데, 강화는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너무 멀다) 인천 상황을 잘 모르는 분들이 핵심 임원으로 뽑혔기 때문이다. 생각건대, 올해 작가회의 '기동력'은 현저히 떨어질 듯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총준위위원장을 맡았던 김 모 시인의 말로는 임원이라는 쓴 잔을 모두가 거부해서 고육지책으로 '그분'들께 부탁했다는 것이다. 하긴 희생과 헌신이 필요한 '귀찮은 직책'을 누군들 달가워했겠는가. 10여 년 전, 내가 어떻게 4년 동안이나 회장 직무를 감당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랑이 아니라, 회원들 말로는 그때(내가 회장으로 일할 때)가 작가회의 역사상 가장 재미있고 역동적이었던 때였다고 말들 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고마우면서도 (작가회의 현실을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총회를 마치고 주안역 근처 보쌈집에서 뒤풀이를 했다. 내 주위에는 중견 회원들이 앉아 있었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대체로 대화의 끝은 건강이었다. 글쟁이들 모임에서 글이 아니라 건강이 화제의 중심이 되는 걸 보면 우리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특히 치아 건강에 관한 대화들이 많았다. 대부분 치아들이 시원치 않다 보니 현재 임플란트 시술 중인 나에게 비용과 기간, 방법과 통증 등 많은 걸 물어왔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중에서도 소설 쓰는 S는 전체 틀니를 해야 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풍치로 인해 일찍부터 부분 틀니를 해봤던 나로서는 그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는 시종일관 고민만 하지 말고 무조건 서둘러 치과를 찾으라고 강권했다. 그것이 통증과 비용을 줄이고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말해주었다. 어차피 치과를 갈 거라면 가능한 한 빨리 갈수록 고생도 덜하고 비용도 덜 든다는 건 내가 경험을 통해 직접 터득한 사실이다. 

 

보쌈집을 나와 일부는 먼저 가고 남은 사람들(대다수가 남았다)은 주안역 앞 맥줏집에 들어가 '카타르 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요르단 경기를 시청했다. 나는 전반이 끝날 때쯤 먼저 술집을 나와 근처 정거장에서 62번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집에 들어서자 익숙한 포근함과 온기가 온몸을 감싸왔다. 늘 느끼지만 너무도 기분 좋아지는 순간이다. 세수하고 나왔더니 김 시인의 카톡이 왔다. 축구는 2대 2로 무승부로 끝났다고 한다. 내가 나올 때 2대 1로 지고 있었는데, 다행히 한 골을 만회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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