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봄처럼 포근한 날, 치과 진료 (12-07-목, 맑음) 본문
치과에 가려고 청사를 나와 푸르지오 아파트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12월의 날씨가 너무 포근해 ‘이러다가 혹시 담벼락의 나무들이 다시 잎과 꽃을 달게 되는 거 아니야?’ 하고 잠깐 생각했다. 게다가 바람이 세게 불 거라는 예보를 듣고 내복을 입고 나온 터라 5분쯤 걸었을 때부터 땀이 났다. 겨울이 따듯한 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나 환경 측면에서 보면 별로 달갑지 않은 일이다. 4계절은 다 저마다의 특색이 있는 법인데 겨울이 봄을 흉내 내고, 여름이 너무 성급하게 가을과 당겨 악수하면 자연스럽지 못하다. 자연스럽지 못한 데에는 항상 문제가 생긴다.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추위와 더위도 부담스럽지만 제철답지 않은 계절의 낯선 얼굴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늘은 기공소에서 보낸 임시 치아를 끼워보았는데, 다행히 잘 맞았다. 별로 불편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임플란트의 마지막 단계라서 해당 치아를 끼고 다녀야 할 기간이 길 수도 있기 때문에 미관상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원장의 생각이었다. 원장의 말에 의하면, 말할 때 서너 개의 윗니가 살짝 드러나야 보기 좋은데, 오늘 내가 끼어 본 의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위생사들에게 내가 알 수 없는 용어로 뭔가를 지시했다. 대충 추측해 보면, 기공소에 다시 보내 3mm 정도 수정하라는 내용 같았다. 이럴 때는 나의 주치의가 무척 멋있어 보인다. 적어도 환자 중심 사고를 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아랫니와 윗니, 잇몸 플라즈마 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왔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다양한 모임을 통보받는다. 교육청에서도 비서실 송년회, 특보단 송년회 등이 잡혔고, 민중연합 동지회와 제고 동문회에서도 송년회 일정을 통보해 왔다. 거기다가 요즘 들어 왜 그렇게 경조사가 많은지, 조의금과 축의금을 보내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밴댕이, 병어 그리고 생굴 (12-09-토, 맑음) (0) | 2023.12.09 |
---|---|
잦은 부고 (12-08-금, 맑음) (0) | 2023.12.08 |
느슨해진 일상 (12-06-수, 비 내린 후 갬) (0) | 2023.12.06 |
땅콩껍질 속 같은 나의 왕국 ( 12-05-화, 맑음) (1) | 2023.12.05 |
오래된 일기를 스캔하다 (12-04-월, 맑음) (0) | 2023.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