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오랜만에 갈매기에 가다 (8-11-금, 비) 본문
종일 비 내렸다. 오후에는 센터에 들러 운동했다. 운동을 마친 후, 샤워 끝낸 얼굴이 보기 좋았다. 문득 사람들이 그리웠다. 몇 번이나 방 안에서 서성거리다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갈매기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리운 사람들의 안부를 확인한 후, 소주 딱 1병만 먹고 돌아올 생각이었다.❚갈매기는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썰렁했다. 소주와 두부를 시켰다. 오랜만에 들러서 그랬을까, 종우 형은 늘 먹던 '처음처럼'이 아니라 '참이슬'을 주었다. '단골의 주종을 착각하다니, 서운한 걸' 하고 생각했으나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소주 1병이 비워질 때쯤 경서 형이 들어와 내 앞에 앉았다. 애초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결국 형과 두 병을 더 마셨다. 계획보다 2병이나 더 마신 것이다. 그의 젊은시절 무용담을 들어주고, 그가 앓고 있는 병의 이력까지 다 들어준 후에야 그는 비틀대며 갈매기를 나갔다. 작업하다가 꼬리뼈를 다쳐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데, 어떻게 입원 중인 환자가 병실을 나와 천연덕스럽게 술 마실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안 가는 사이에 술값이 올랐나, 소주가 5천 원인 줄은 오늘 알았다. 술값을 계산하고 나오며 혁재에게 연락했더니 신포동에서 미경, 산이, 선아와 술 마시고 있었다. 오라고 했으나 다들 취한 것 같아 나중에 보자고 했다. 그의 주량, 체력이 부러웠다. 아니 어쩌면 한량 없는 가벼움이 부러웠던 건지도 모르겠다.❚전철역으로 가는 길에 H에게 문자를 보냈다. 집에 도착했을 때 H가 전화했다. 회식 중이라고 했다. "문자를 지금 봤어요. 선배님, 건강이 많이 안 좋다고 얘기 들었어요. 괜찮아요?" 하고 물어 올 때는 약간 마음이 울컥했다. 비서실에서 부탁한 광복절 메시지와 위안부 기림의 날 메지지, 두 개를 내일까지 써 보내야 하는데.... 아, 귀찮다.❚비는 오늘도 종일 내렸다. 빗물에 둥둥 떠다니다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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