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태풍이 지나가는 말복 (8-10-목, 종일 많은 비) 본문
혈액검사 결과를 보러 가는 날이라서 아침부터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이전에도 여러 번 혈액검사를 했지만 이번만큼 떨렸던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의 성취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한 사람의 진정성이 배반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렇다. 병원에 가면서도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결과는 놀랄 만했다. 의사가 "좋네요"를 연발했다. 무엇보다 당뇨를 판단하는 혈당 수치와 당화혈색소 수치가 정상이었다. 물론 청년시절처럼 낮은 정상은 아니었지만, 의사 말로는 그 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선제적으로 약을 먹는 게 안전하지 않겠느냐며 "미리 약을 먹으면 안 될까요?"라고 물어봤더니, 의사는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라며 단칼에 내 말을 잘라버렸다.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건강에 매우 안 좋은 중성지방 수치가 지난 4월 검사에서는 196이었는데, 이번에는 두 자릿수인 80이 나왔다. 운동과 식단조절이 효과를 본 것이다. 수치의 증감, 고저에 마음도 이렇듯 널을 뛰다니, 서글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비는 종일 거세게 내렸다. 병원과 약국을 갈 때, 바람을 견디느라 배가 불룩해진 우산은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 같이 위태로워 보였다. 간신히 약국에 들러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받았다. 태풍은 강산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참 모질디 모진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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