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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너의 집요함과 나의 슬픔이 만날 때 (8-12-토, 비) 본문

일상

너의 집요함과 나의 슬픔이 만날 때 (8-12-토, 비)

달빛사랑 2023. 8. 12. 18:53

 

술을 마시지 않으니 늘 같은 시간쯤에 일어나게 된다. 5시 30분에서 6시 사이, 사위가 훤해지기 시작하는 때이다.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 나는 잠자다가 자주 깨곤 했다. 간신히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고작 한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매번 절망스럽다. 불면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게 얼마나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을 갉아먹는 가를. 하지만 최근에는 일단 잠이 들면 5시간은 잔다. 또 될 수 있으면 11시에서 12시 사이에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낮잠을 많이 잤거나 새벽까지 깨어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12시 전에 잠이 들어 6시쯤 일어난다. 다이어트와 식단 관리를 하면서 생긴 좋은 변화다. 맘 같으면 7시쯤 깼으면 좋겠는데, 그것만은 생각 대로 되지 않는다. 슬프지만, 아무리 모질게 결심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부분 틀니를 손 봐야 하는데, 어느 치과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치과의사 친구가 여러 명이긴 한데 각각의 특징이 다르다 보니 고민이다. 일단 주안에 있는 친구는 실력은 좋은데 병원에 신식 장비가 많지 않다. 이 친구에게는 어금니 치료를 맡겼었다. 부평의 친구는 장비도 좋고 의사도 많은데 사람이 너무 많다. 엄마의 틀니와 나의 부분 틀니를 이 친구에게 맡겼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실력이 별로였다. 엄마 틀니는 공짜로 한 거라서 뭐라 말도 못 했다. 당시 이 친구는 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조증 때와 울증 때의 행동이나 말투의 차이가 너무 커 모르는 사람들은 무척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 아무튼 가게 되면 그래도 부평 친구에게 가게 될 가능성이 큰데, 마음 한 편에는 아예 모르는 의사에게 낼 돈 내고 맘 편하게 치료를 받아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이번 가을에는 무조건 치과 치료를 받을 생각이다. 저작의 문제도 있지만, 치아 사이에 틈이 생겨 미관상으로도 보기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의 이만 보인다. 좋은 이를 가진 사람을 보면 얼마나 부러운지. 좋은 치아가 오복 중에 하나인 것은 확실하다. 울 엄마도 치아가 좋지 않아 40대에 틀니를 하셨다는데, 의료 기술이 형편없던 시절, 생니를 뽑으며 틀니를 했다는 말을 듣고는 너무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건강 관련 지출이 무척 많을 것 같다. 하긴 '올해만'이 아니라 '올해부터'가 되겠지만.

 

태풍이 지나간 후 늦여름의 맹렬한 더위가 찾아올 거라는 예보다. 한여름 폭염이 버거운 나는 '가야할' 여름의 심술궂은 집요함이 슬프다. 여름의 집요한 미련과 나의 슬픔이 만나는 8월의 한복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느낀다. 바람 속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온도 차, 가을의 냄새가 섞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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