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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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비에 젖은 연휴 (05-28-일, 종일 비)

달빛사랑 2023. 5. 28. 20:45

 

어쩜 이렇게 종일 비 내릴 수 있을까. 물난리 날만큼 세찬 비는 아니라서 다행이었고, .종일 비 와서 또 기분 좋았다. 석탄일을 맞아 준비한 다양한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어서 불교계에서는 무척 서운했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집에 콕 틀어박혀 고즈넉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중에도 산행한 친구들의 사진도 올라왔지만 별로 부럽지는 않았다.

 

엊그제 후배 미경이가 사준 티셔츠를 오늘에야 비로소 입어봤다. 넉넉하게 입는 나의 취향에 맞게 크기를 선택해 맘에 들었지만, 색상이 좋아하지 않는 흰색 계통이어서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입어 보니 그럭저럭 볼만했다. 사실 맘에 들지 않아도 그대로 입을 생각이었다. 미경이는 건네주면서 “사이즈는 교환하더라도 디자인은 절대 바꾸시면 안 돼요.” 했다. 웃고 있었지만, 단호했다. 속으로 ‘인형 놀이하는 것도 아니고……. 입는 사람이 맘에 안 들면 교환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지만, 사준 사람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진을 찍어 혁재에게 보냈더니 “형, 우리 커플 티야?” 하며 자신의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다. 오래전 미경이가 혁재에게 사준 티셔츠가 색깔만 다르고 디자인이 내 것과 똑같았다. 둘은 사진을 보며 어이없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내게 옷을 주며 “선생님은 상상하지도 못한 디자인일 거예요.” 했던 말도 생각났다. 자신이 원하는 색상의 옷을 입은 우리를 보며 그녀는 뿌듯해할까? 그렇다면 그건 무슨 심리일까? 아무튼 고맙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살짝 어이없기도 했다. 그나저나 이 옷을 입고 혁재와 한자리에 있게 되는 날이면 우습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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