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05-30-화, 구름 많고 흐림) 본문
평소보다 다시 늦게 기상했다. 아침은 거르고 곧바로 사이클 위로 올라가 40분간 운동했다. 누나가 사다 준 단백질 한 스푼을 물에 녹여 먹고 미경이 사준 티셔츠를 입고 출근했다. 정확하게 8시 10분에 청에 도착했는데 보운 형은 이미 출근해 있었다. 비서실에서 요청한 몇 가지 업무를 처리하고 숨을 돌리고 있을 때 앳된 팀 서무를 보는 주무관이 지난주에 주문한 책 『이상문학상 작품집(2023년)』을 가져다주었다. 일 년에 한 번 청에서는 직원들을 위해 희망 도서 한 권씩을 구매해 준다. 물론 책값은 청에서 내준다.❙비서실장은 퇴임을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중이다. 오늘 점심에는 교육감과 총무과장 등과 함께 식사하면서 퇴임 관련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와 보운 형은 후임이 올 때까지만이라도 좀 더 있으라고 비서실장을 설득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 만난 그의 표정을 보며 그 모든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생각보다 단호했다. 식사를 마치고 그는 우리 방에 와서 조율 결과를 말해주었다.❙총무과장은, 이러저러한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만도 2주 정도 걸리는데, 그렇다면 일단 병가를 낸 후 쉬다가 7월 정기 인사 때 청을 나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비서실장은 거절했다고 한다. 이러저러한 단서를 달며 자꾸 퇴직을 유보하다 보면 누르고 눌러놨던 미련이 자꾸 고개를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왜 미련이 없겠는가? 그가 30년간 일해왔던 현장이 교육 현장이고, 그의 동료들이 아직 이곳에 있는데……. 하지만 자신의 삶을 남이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또 다른 삶의 계획을 세웠다면 머뭇거려선 안 된다. 그의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드디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어요.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는 요즘 크게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작게는 무척 많이 달라진 하루하루를 살고 있어요. 몸의 이곳 저곳이 망가지거나 약해지고 있다는 건 슬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이잖아요. 유한한 인간의 운명일 테니까요. 몸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늙는다는 표현보다는 낡아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아요. 그래요. 저는 조금씩 조금씩 낡아가고 있습니다. 간혹 쓸쓸할 뿐 많이 슬프지는 않습니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요즘은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단조롭지만 저는 축복 속에 살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니 저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생각보다 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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