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시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05-14-일, 맑음) 본문
오전에 센터에 들러 걷기 운동과 간단한 근육 운동을 했다. 어젯밤 잘 때 허리에 수건을 받치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한결 편했다. 모든 생활을 허리 통증 완화를 위한 환자 모드로 재편하고 있는 중이다.❚ 오후에는 청소하고 빨래한 후 한숨 자려고 누웠는데, 음악을 틀어 놓고 커튼을 치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청해 그런지 30여 분만에 잠이 달아났다. 찌뿌둥했지만 굳이 다시 자려고 시도하진 않았다. 저녁에는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식사했는데 또다시 과식했다. 과식은 건강에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본능에 너무 충실했다. 사실 과식의 기준이 애매하긴 하지만, 내가 세운 기준은 밥맛이 없어지는 순간까지 목에 밥을 밀어 넣게 되면, 그건 분명한 과식이다. 남기고 싶은데 아까워서 먹는 단계! 그러니까 결론은 조금 아쉬다고 느낄 만큼만 먹으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설거지를 끝낸 후 마을 한 바퀴 휘익 돌고 왔다.❚ 밤에는 음악을 들으며 일기를 썼다. 가장 편안한 시간이다. 잡지 청탁 원고는 초고를 마쳤기 때문에 내일 사무실에서 최종적으로 손을 봐서 송고하면 될 것 같다. 마감을 넘기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오늘 하루 커피는 두 잔만 마셨고 내 방의 대형 텔레비전을 거실로 옮겨놓았다. 큰 화면으로 영화 보려고 들여다 놨는데, 독서와 사색을 방해하는 일등 훼방꾼으로 전락해 치워 버린 것이다. 이전에도 몇 차례 들여놨다 내놨다를 반복했는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나는 무료할 때 청소하거나 가구 배치를 바꾸는 습관이 있다. 앞으로의 일은 나도 모른다. 다만 의식하며 신경 쓸 뿐.❚ 거실의 거미난초가 7~8개의 꽃을 피워 올렸다. 기특하다. 좋은 징조다. 시인도 밥 먹어야 하루를 버틴다. 다만 좀 더 쓸쓸해졌으면 좋겠다. 후배에게 그 말을 했더니 "그럼 제가 쓸쓸하게 해드려야 하나요?" 하며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사실 내가 말한 건 사람으로 인한 쓸쓸함이 아니었다. 실존적인 쓸쓸함을 말했던 것인데, 하기야 말을 하지 않으면 그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평온한 일요일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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