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스승의 날 유감 (05-15-월, 맑음) 본문

일상

스승의 날 유감 (05-15-월, 맑음)

달빛사랑 2023. 5. 15. 20:45

 

❚ 세상의 모든 스승님, 은사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오전 내내 청탁원고를 손봤다. 초고를 완성해 놓아서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고치다 보니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꼬박 서너 시간이 걸렸다. 점심 먹고 들어와서야 송고할 수 있었다.❚ 점심은 비서실장 후배인 교장 한 분이 찾아와 보운 형과 나에게 순대국밥을 사줬다. 스승의날이라서 일찍 학교를 빠져나왔다고 한다. 찾아 들어간 국밥집 TV에서는 정오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화면 밑에 소개된 작은 뉴스 자막 때문에 우리는 모두 쓴웃음을 지었다. 자막의 내용은 스승의날을 맞아 현직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였다. 교사들이 밝힌 소망 1위는 바로 “부디 신고나 고발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였다. 교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이후 아이들은 툭하면 교사나 친구의 발언과 행동을 카메라로 촬영해 SNS에 공유한다. 교사의 전횡이나 잘못된 행태야 영상으로 남겨도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짓궂은 아이들은 여교사의 다리를 찍거나 치마 밑으로 카메라를 넣기까지 한다는데, 그런 아이들에게는 설사 선의라 하더라도 체벌은 불가능한 일이다. 누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겠는가. 아이들 보는 앞에서 학부모가 교사의 뺨을 때리는 일이나, 고등학교 남학생 교실에서 여교사가 학생들을 통제하지 못해 쩔쩔매는 일 또한 부지기수라고 한다. 어쩌다 교단의 현실이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당연한 말이지만 교권의 확립, 신장이 없으면 학교가 바로 설 수 없다. 교사로서의 귄위가 땅에 떨어진 교사들로부터 훌륭한 가르침이 나올 리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선이 필요한 여러 가지 교육 환경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것은 교권 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다. 그렇지 않으면 교사들 사이에도 무기력과 냉소가 팽배하게 되어 교단은 더욱 통제 불능의 현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코로나로 인한 교육 공백에다 몹쓸 정치로 인한 갈지자 교육 정책들 때문에 이래저래 교사들에게는 우울한 스승의날이 아닐 수 없다. 


퇴근해서 교육청 앞에서 차를 타지 않고 석촌사거리까지 걸어와서 지하철을 탔다. 캔버스화가 아니라 조깅화를 신었으면 집까지 걸어왔을 것이다. 날이 점점 더워져서 집까지 걸어가기가 쉽지 않을 테지만, 앞으로도 걷기와 자전거 타기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니 기회를 만들어 실천할 생각이다. 집에 도착해, 가방만 내려놓고 곧바로 한 시간가량 자전거를 탔다. 땀이 흠뻑 흘렀다. 샤워하고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미역국을 끓여 먹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