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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환절기, 그리움이 깊어가는 계절 (05-12-금, 맑음) 본문

일상

환절기, 그리움이 깊어가는 계절 (05-12-금, 맑음)

달빛사랑 2023. 5. 12. 20:39

 

스펀지에 물이 배듯 여름은 가는 봄의 그림자에 숨어 스리슬쩍 이곳에 왔다. 환절기. 이미 한낮 기온은 초여름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아직은 5월, 게다가 가는 봄에 대한 예의가 필요할 때이므로 당분간은 환절기로 부르려 한다. 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가고 오는 것끼리 옷깃을 스쳐야 하는 때는 그리움 또한 깊어지는 때다. 나의 친구인 비서실장도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쯤 청을 떠날 것이다.

 

그는 오늘 책상 정리하다가 서랍 속에서 발견했다며 7~8개비의 담배를 내 방까지 가져와 보여주었다. 금연한 지 채 한 달이 안 된 그는 미치도록 담배가 피고 싶다며 “우리 슬쩍 한 대 피워 볼까요?” 하며 웃었다. 그와 함께 옥상에 올라간 나는 정말 그를 위해서 한 대 피워줄 생각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떠나는 그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개월 만에 담뱃불을 붙이는 순간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결국 “안 피울래요.” 하며 손사래 쳤다. 나도 바로 담배를 비벼 껐다. 한 모금을 빨았지만 별로 맛있는 걸 못 느꼈다. 오래된 담배이기도 하고 내가 피우는 담배가 아니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다행이었다. 손에 들었던 나머지 담배들도 꺾어서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가 청을 떠나고 나면 그와 함께 오르던 옥상과 자주 찾던 산책길이 생각날 것이다.

 

계간 『작가들』에서 청탁한 시집 서평을 쓰느라 종일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들겼다. 글쓰기 자체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지만, 눈이 침침해서 고생했다. 두어 시간만 집중해서 모니터를 보거나 책을 보면 눈이 침침해져 더는 작업이 어려워진다. 그럴 때마다 잠시 쉬거나 옥상에 올라가 바람 쐬고 와서 다시 쓰곤 했는데, 옛날에는 어떻게 6~7시간 동안 화장실도 안 가고 책상 앞에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쓸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서글프기도 하고. 그래도 마감을 넘기지 않고 초고를 완성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퇴근해서는 갈매기 들르지 않고 곧바로 집에 와서 운동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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