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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미래를 어루만지는 사람" (03-05-일, 맑음)

달빛사랑 2023. 3. 5. 20:34

 

 

오늘 만난 영화 '교실 안의 야크'는 정말 힐링이 되는 영화였어요. 부탄판 '선생 김봉두'인 이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행복지수 1위인 은둔의 나라 부탄의 수도 팀푸에서 신임교사로 일하는 유겐은 교사가 영 적성에 맞지 않아 호주로의 이민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남은 임기를 이유로 그를 인구 56명에 불과한, 전 세계에서 가장 외딴 벽지 루나나에 있는 학교로 전근시킵니다. 그곳은 가는 데만 꼬박 일주일이 걸리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으며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한 고도 4,800m의 낯선 오지 마을이었습니다. 유겐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너무도 열악한 환경을 목도하고 기가 질려 부임한 첫날부터 다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촌장에게 밝힙니다. 하지만 나귀도 지쳤고 데려다줄 사람들도 쉬어야 해서 당장은 안 되고 며칠 기다려야 한다고 촌장은 말합니다. 할 수 없이 다시 돌아갈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머물게 된 유겐은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의 경관과 순수한 마을 주민들의 환대, 그리고 배움에 대한 천진한 아이들의 열정을 마주하며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에는 감동 포인트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엄마는 오래전 야크를 데리고 멀리 떠나버려 지금은 술주정뱅이 아빠와 할머니와 셋이 살지만, 집안일도 공부도 씩씩하게 잘 해내는 학급반장 펨잠. 그녀의 꿈은 가수입니다. 이 천진난만한 9살 소녀가 너무 대견해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나는 아빠처럼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을 여러번 돌려본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지금은 13살 소녀가 되었을 펨잠의 꿈은 여전히 가수일까요? 부디 펨잠이 천상의 그것처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부탄의 풍광 속에서 늘 '현실적으로도'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소년 싱게의 꿈은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이 되려는 이유를 묻자 싱게가 대답합니다. “선생님은 미래를 어루만지는 사람(직업)이니까요.” 너무 멋진 대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 ‘미래를 어루만지는 사람’, 부탄 사람들에게 교사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부탄이 왜 국민행복지수 1위인 나라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오지마을로 향하는 고행과 같은 여정, 순수한 마을 사람들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신파나 뻔한 해피앤딩이 아닌 현실적인 결말은 (유겐은 결국 부탄을 떠나 호주에 갔습니다) 오히려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연과 동물에게 삶의 태도를 배우고 과연 교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인생 영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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