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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거울 속의 나, 오늘따라 늙어 보이네 (03-04-토, 맑음) 본문

일상

거울 속의 나, 오늘따라 늙어 보이네 (03-04-토, 맑음)

달빛사랑 2023. 3. 4. 20:33

 

 

늘어진 주름, 거칠어진 피부, 좌우 대칭이 맞지 않는 얼굴...... 오늘따라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무척 초라해 보입니다. 많이 늙었네요. 환갑을 맞은 나이에 팽팽한 피부와 한결같은 젊음을 바랄 수는 없겠지만, 세월의 무상함을 확인하는 일은 언제나 서글픕니다. 이는 부실하고 머리숱은 가늘어진 채 빠지고 눈은 자꾸만 침침해지니 삶의 질은 형편없습니다.

대체로 세월 때문에 비롯된 것들이지만 지금보다 젊었을 때 몸을 살뜰하게 챙겼다면 지금보다는 덜 늙어 보였겠지요. 지금 와서 후회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어릴 때는 얼굴 피부색이 하얀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백인이 되고 싶었던 마이클 잭슨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철없던 시절에는 그래서 튼튼한 이와 빽빽한 머리숱, 하얀 피부를 물려주지 않은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지요. 물론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명민한 머리와 착한 인성, 깔끔한 성격을 물려주긴 했지만, 어릴 때는 그런 걸 알 턱이 없잖아요. 내가 바라는 것은 나이 먹어도 늙지 않는 신체가 아닙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나는 다만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은 겁니다.

젊었을 적에는 마흔 살 이후의 얼굴은 본인이 만든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알 거 같아요. 한 인물의 얼굴은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너무도 정직하게 보여주는 법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처럼 내 얼굴이 많이 망가진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요. 지금은 여유롭고 편안하게 살고 있지만, (물론 여전히 앞날은 불투명하지만) 한동안 정말 힘들었습니다. 몸은 망가지고 정신은 황폐했습니다. 모멸과 신산함의 하루하루였습니다. 그러니 얼굴이나 표정이 좋았을 리는 만무하잖아요. 그나마 예술가적 기질과 시가 개미지옥 같은 황폐함과 모멸의 시간에서 나를 구원해 주긴 했지만, (여기에 더해 엄마의 기도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힘들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한편으로 그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낸 내가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아무튼 어쩌겠어요. 지금부터라도 말년의 내 얼굴을 아름답게 만들어 갈 수밖에요.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질 수 없다면 더 망가지지는 않도록 해야겠지요. 노화로 인해 맞게 되는 신체적 불편함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다만 마음이 늙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노탐에 사로잡힌 노인이 아니라 지혜로운 노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거울에 비친 그 모습이 어떻든 늘 현재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물론 관리는 필수고요. 로맨틱 그레이가 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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