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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조짐,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ㅣ7-30-Sat, fine 본문

일상

변화의 조짐,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ㅣ7-30-Sat, fine

달빛사랑 2022. 7. 30. 00:30

 

여름날의 하루가 조용이 흘러가고 있다. 의뭉스럽다. 이 여름은 물러가면서 나에게 모종의 선택을 요구할 것도 같은데 아직은 티를 내지 않는다. 마음만 졸이게 만들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 나와 시(詩)의 관계, 개인으로서의 나와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 사이의 관계 등 모든 면에서 뭔가 모종의 변화가 생길 것도 같은데, 현재로선 그저 막연한 느낌일 뿐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직장 생활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글을 쓰기 위해 내 개인의 시간을 확대해야 할지 고민 중이지만, 이 문제 역시 아직은 결정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변화는 필연일 걸' 하는 여름의 냉소적인 표정이 자꾸만 맘에 걸린다. 변화 자체가 두려운 게 아니라 상황의 변화와 조건의 여의치 않음으로 인해 강제되는 타율적인 변화가 싫은 것이다. 강제된 변화는 항상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나의 조건에 대한 열패감 등을 수반한다. 스스로 시도하는 변화가 아닌 이상 그것은 필연이다.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지만 사람을 잃는 일은 매번 곤혹스럽다.

이런 종류의 변화조짐은 3주 전부터 자주 나의 신경을 긁어대고 있다. 확실하진 않은데 뭔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또 일어날 수도 있다는 암시가 반복되는 아주 불쾌한 느낌이다. 이건 내가 뭔가에 '묶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묶여 있지 않다면 조바심 낼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다. 요즘 나는 자주 후배들이 낙향해 살고 있는 전북 진안에 집을 사서 글이나 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기억력이 더 나빠지기 전에, 건강에 크게 문제 없을 때, 실행하자는, 지금 하지 못하면 결국 하지 못할 거라는 조바심이 시시때때로 나를 유혹한다. 하지만 시골생활이 어디 쉬운 일인가. 일단은 이곳에서의 일을 매끄럽게 정리하고, 나와 얽힌 일들 역시 모두 처리한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생의 전환'을 시도할 일이지 도피하듯 낙향하는 건 싫다. 그러다 보니, 뭔가 내 스스로 결정하기도 전에 타의에 의한 변화를 강제받을까 봐 조바심을 내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여름은 의뭉스럽거나 냉소적인 게 아니라 어쩌면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가지라고 '힌트'를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을에 맘을 빼앗긴 건 알지만, 그래서 아쉽지만, 그래도 다양한 색깔의 시간을 당신과 함께한 계절로서 일말의 애정과 그리움이 왜 없겠어요"라고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늦은 여름, 자주 비 내리는 걸 보면 여름은 분명 아쉬움인 듯, 안타까움인 듯 이곳과 나에게 미련이 있어 보이긴 하는데..... 아무튼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나는 나의 자존을 지키고 사람도 잃지 않는, 개운한 결정을 하고 싶다. 쉽진 않겠지만, 의식적으로라도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야겠지. 확실하진 않지만, '여름도 내내 저렇듯 나에게 뭔가 말해주고 싶어하는군' 하고 생각하기로 한 이상, 다시 말해, 여름은 나를 비웃는 게 아니라 말을 걸려고 한다고 생각하기로 한 이상, 일단 여름의 말을 경청해야겠다. 가을이 시작되고 또 겨울이 오더라도 오래 가슴에 남을 여름과의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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