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여행의 의지를 잃어버렸다 (종일 맑음) 본문

일상

여행의 의지를 잃어버렸다 (종일 맑음)

달빛사랑 2022. 7. 28. 00:33

 

여행을 가 본지 너무 오래됐다. 생활의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마음의 여유를 얻기 위해서는 마음의 휴식이 필요하고, 마음의 휴식에는 여행 만한 게 없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여행가야겠다는 생각조차 쉽사리 나질 않는다. 어느 것이 먼저이고 어느 것이 나중인가 구별하기 어렵다. 모종의 장소가 나에게 텔레파시를 보내지 않는 이상, 장소를 수배하고 시간을 내고 비용을 산출하여 떠나기까지는  많은 결심이 필요하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맛있게 먹는다고, 여행도 자주 떠나본 사람이 한 여행을 마치는 순간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법이다. 끝내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자주 특정 장소를 떠올리고, 그곳에서 함께할 친구들을 생각하다 잠들곤 했다. 그건 불면에 시달리던 내가 시도했던 빨리 잠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의 하나였지만, 어떤 때는 정말 꿈속에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좀처럼 여행할 의지가 생기질 않는다. 늙은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가 않다. 덥거나 추운 날, 바리바리 짐 챙겨 차에 오르고, 숙소에 도착해 식사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이 귀찮게 생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에 살고 있는 지인의 집에서 며칠간 쉬다 오는 것 정도가 지금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전부다. 그런데 그걸 여행이라 할 수 있을까. 여행이란 길 위의 산책자, 혹은 사색자가 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혼자 하는 여행이 진정한 여행이다. 여행은 자신을 객관화하는 시간, 도시의 먼지를 털어내는 시간, 미련과 욕망을 비워내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런 게 아니라면 단순한 관광이고 잠시의 외유일 뿐 여행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런 정도의 즐거움과 마음의 위로는 이 삭막한 도시에서도 가끔은 얻을 수 있다. 함께 있으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벗들이 이 도시에도 살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여행을 결심한다면, 그것은 내 삶이나 신상에 커다란 변화가 필요할 때일 것이다. 혹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당하기 벅찬 낯선 상황을 어쩔 수 없이 직면하게 되었을 때,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나는 비로소 배낭을  꾸리고 있겠지. 여행에도 의지가 필요하고 자극과 동기가 필요하다니, 조금 마음이 서글퍼진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