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세월호 참사 8주기 추모제, 인천시청 광장 본문
[4.16 세월호 참사 8주기 추모문화제 교육감 추모사]
“별이 된 그들은 반드시 다시 지상의 꽃으로 피어나야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인천광역시 교육감 도성훈입니다.
다시 4월이 찾아왔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생명이 약동하는 봄날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곳곳에 피어난 꽃들과 하늘의 새들과 우리를 스치고 가는 저 바람과 모든 사물마저 슬픈 표정으로 침묵하거나 수런거리는 비탄의 시간을 경험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기억하겠다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수없이 했던 다짐들이 봄꽃들의 낙화와 무심한 시간 속에서 잊히고 무뎌진 게 아닐까 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나 세월호 희생자들은 남은 우리가 자신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마냥 눈물만 흘리기를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4월 ‘오늘’이 돌아오면 눈물을 흘리며 비탄에 빠져있기보다는, 비록 지상의 꽃으로 아름답게 피어나진 못했지만, 하늘의 별이 된 희생자, 특히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으로서 “해인아, 민지야, 수정아, 담비야, 승묵아, 건우야, 태민아, 하영아, 한솔아, 니나야!” 하고 하나하나 불러주고 싶습니다. 별이 된 그들은 반드시 다시 지상의 꽃으로 피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의 희생을 계기로 우리가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기를 바랄 것이고, 이웃과 아픔을 나누는 소통과 공감의 문화를 만들어가길 바랄 것이며, 무엇보다 아직도 진도 앞바다에 수몰된 채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비극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기를 바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그들을 기억하는 진정한 방식이고 우리가 그들에게 던져야 할 약속입니다.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엄청난 비극 앞에서도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이나마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희생자들의 죽음이 닫힌 시간 안에 갇혀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억의 힘을, 그리고 그 기억들이 밝혀낼 진실의 힘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존엄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날’을 기억하는 건, 그리고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는 건, 우리의 잘못된 문화를 청산하는 일이고, 일그러진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그들의 영전에 우리의 다짐과 약속을 놓아드립니다. 그리고 여전히 8년 전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유족들에게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진실은 결코 침몰할 수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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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집회가 시청 청사 안으로 들어와서 진행된 건 드문 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쉽게 모이지 못했던 사람들의 집회 욕구 때문일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았다. 특히 동생인 래전이가(내 친구이기도 하다) 분신 사망한 이후로 평생을 인권운동에 매진해 온 래군 형도 볼 수 있었다. 래군 형은 원래 소설가가 되려던 문학 청년이었다. 그래서 80년대 초 함께 연세문학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만약 동생이 죽지 않았다면, 아니 그보다 먼저 당시의 세상이 짐승들이 횡행하던 세상이 아니었다면 그의 삶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그가 동생과 청춘을 바치면서까지 지키려했던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정의는 현재 어떤 모습인가.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고, 그 시절을 통과해 온 우리의 삶이 무척이나 가엾고 허무하게 느껴진다. 형이나 나나 앞으로 살아갈 모습은 지금껏 살아왔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가를 바라고 나섰던 게 아니었으니까. 민주주의와 정의는 끊임없이 감시되고 강조되고 재정립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비민주와 비정의의 세상이 존재하는 한 실천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현실이 괴로운 건 어쩔 수 없다. 망할!
문화제는 다소 길었다. 게다가 어제까지 초여름을 방불케하던 날씨가 갑자기 매서운 바람이 불고 빗방울까지 떨어지며 무척 추워졌다. 희생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한 우리를 질타하는 것 같았다. 자리에 앉아 있자니 다리가 저절로 오들오들 떨렸다. 공연 참가자들도 무척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참석자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문화제가 끝나는 순간까지 공연자들과 함께 했다. 문화제는 8시 40분쯤 모두 끝이 났다. 촛불정부가 들어서면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세월호 리본도 달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민주주의는 다시 걸레쪽처럼 되어 버릴 누란의 위기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할수록 아득하다.
갈매기에서 정말 오랜만에 조구 형과 세만 형을 만났다. 눈물나게 반가웠다.
이 하수상한 시절에 웃으며 만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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