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꽃은 피고, 고인들은 오늘도 하늘에 들고 본문
■오랜만에 갈매기에 들러 막걸리 두 병을 마시고 돌아왔다. 단골집 드난이들의 소식도 궁금하고 엄살 많은 사장의 푸념도 들어볼 겸 들른 것이다.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 주는 사장의 얼굴을 보니 최근 매상이 다소 나아진 모양이다. 거리두기 강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술집이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최근 방역 당국에서는 12시까지 영업을 허용했다. 서너 시간 손님을 더 받을 수 있으니 크게는 아니어도 매상은 확실히 늘었을 것이다. 그간 술을 자주 마시지는 않았지만, 마실 때는 늘 소주만 마셨다. 연꽃막걸리는 정말 오랜만이다. 익숙한 맛이 오래도록 입안을 맴돌았다. 반가운 맛이었다. ■■혼자 조용히 마시다 가려고 했는데, 아는 선배 하나가 슬며시 들어와 합석해도 되냐고 물었다. 아주 부담스러운 사람이 아니라서 합석을 허락했다. (사실 허락하고 말고도 없는 일이다. "싫어요. 따로 앉으세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선배와 각각 두 병을 마시고 일어났다. 더 있겠다는 선배를 위해 막걸리 한 병을 추가해주었다. 술값은 4만5천 원. 7시 조금 안 된 시간에 거리로 나왔다. 여전히 해가 남아 있는 예술회관 광장 벚꽃이 오늘따라 더 환해 보였다.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보였다. 지하철 정거장까지 내려가면서 "음, 마침내 의무방어전을 잘 치러냈군" 하고 생각했다. 웃음이 나왔다. 참, 인간관계란.....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상태가 위중했던 혁재의 모친은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회복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 말을 전하며 혁재는 "형, 늘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늘 걱정한 건 사실이다. 울 엄마가 생각나 매일 혁재 '어머니들'(다행히 큰어머니는 감염을 피하셨다)의 안부를 물었으니까. 그래서였을 것이다. 혁재 모친의 회복 소식을 들으니 내가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안심하지 말고 앞으로 더 잘 보살펴드려. 기력 차리게 맛있는 것도 만들어 드리고."라고 하자,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할게요." 혁재가 대답했다. 며칠 전 새벽, 몹시 고통스러워하는 모친의 모습을 보고 혁재도 마음이 철렁했을 것이다. 망자들의 네트워크가 문학동에 닿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요즘 피어나는 꽃들과 경쟁하듯 많은 이의 부고가 이곳에 닿는다. 어떤 생명은 새롭게 오고 또 어떤 생명은 이곳을 떠나는, 참으로 분주하고 다채로운 봄날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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