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1월 31일, 벌써 한 달! 본문
해가 바뀐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세월 참 빠르다. 같은 방 보좌관은 달력을 볼 때마다 “와,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 시간 환장하게 빠르게 지나가네”라며 푸념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늘 하는 소리, “자기 나이가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래요.” 정말 그런 거 같다. 내 나이 이제 60대니 60km의 속력으로 흐르는 것이다. 70대가 되면 더 빨리 흘러가게 되겠지. 92세가 되는 해에 돌아가신 엄마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에 멀미를 느꼈을 게 분명하다. 행복을 향해 달려가는 것도 아니고 단지 세상과 종언을 고할 죽음의 시점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니 어찌 비감하지 않았겠는가. 게다가 단지 삶에 대한 욕망만이 아니라 자식들의 미래가 걱정되어 더욱 불안했을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자식들이 번듯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건 무조건 불효다. 허울뿐이더라도 자식은 부모 앞에서 번듯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가끔 선의의 거짓말이 존재해야만 한다. 솔직함이 능사는 아니다. 물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야 없겠지만, 부모를 맘 편하게 해줄 수 있다면 일상에서의 소소한 거짓말은 죄가 아니다.
명절이 돌아오면 엄마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엄마 없는 명절이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명절마다 더욱 쓸쓸함을 느끼셨던 엄마를 생각하면 오히려 하늘나라에서 천사들과 함께하는 게 엄마를 위해서는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명절은 엄마와 나를 더욱 쓸쓸하게 만들었다. 잠시 잠깐 왁자지껄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욱 크고 집요하게 찾아들던 그 공허함이라니…… 그건 정말 잔인하고 몹쓸 느낌이다. 엄마를 찾았던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이 집을 나설 때, 문밖까지 나와 아쉬운 눈길로 멀어져가는 자손들을 바라보던 엄마의 쓸쓸한 눈빛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이제 엄마는 그런 쓸쓸함을 더는 느낄 필요가 없다. 이곳에서의 쓸쓸함은 이제 온전히 나만의 몫이다. 나만 감당하면 되는 일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정말 다행인 걸까? 다행이라면 왜 나는 자꾸 이렇듯 엄마가 떠오르는 거지?
여느 가족들은 오늘 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겠지. 나와 엄마는 한동안 그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돌아가시긴 몇 년 전부터 아우는 명절 전날이면 어머니를 자기 집으로 모시고 갔다. 아들 수현이도 작은집으로 가서 하룻밤 할머니와 자고 이튿날 명절 추도예배를 드린 후 우리 집으로 왔다. 그때 비로소 엄마는 아들 며느리와 함께 음식도 만들고 손자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며 명절 분위기를 조금은 느끼셨을 것이다. 다음 날(명절 당일) 아침 작은집에 들르면 엄마가 환한 표정으로 문을 열어주곤 하셨다.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한 후, 점심 때쯤 집에 돌아왔는데, 가끔 수현이가 외갓집에 가기 위해 그곳에서 인사를 하고 서울로 올라가면 나와 엄마만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다시 적요가 지배하는 공간으로 연로한 노모와 늙은 홀아비가 들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전에는 명절 오후에 누나들과 조카들이 엄마를 찾아와 인사하곤 했는데, 코로나가 시작된 재작년부터는 명절에도 자손들이 찾아오질 못했다. 엄마의 아쉬움과 쓸쓸함이 컸을 것이다. 그 모습을 봐야 하는 나로서는 여간 민구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습조차도 보고 싶어 미치겠다. 잘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성격유형은 INFP (0) | 2022.02.02 |
---|---|
2월 1월, 설 명절 (0) | 2022.02.01 |
1월 30일, 설 연휴 이틀째 (0) | 2022.01.30 |
뜻밖의 만남, 최초 주선자는 오지 않고 (0) | 2022.01.29 |
그해 우리는 무얼 했을까 (0) | 2022.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