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2월 1월, 설 명절 본문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 감고 면도를 했다. 간단한 뉴스를 본 후 아들에게 몇 시쯤 데리러 올 거냐는 문자를 보냈다. 짧은 답장이 왔다. "곧 갈게 기다려."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일기장을 펴고 문장 몇 개를 써넣었다. 그리고 PC를 켜고 오래된 파일들을 찾아 삭제했다. 카톡이나 메일로 받은 사진과 파일들이 제법 많았다. 저장된 영화 파일 중 보관 가치가 있는 것들은 외장 하드로 옮겨놓고 나머지는 모두 지웠다. 8시 30분쯤 아들에게 다시 짧은 문자가 도착했다. "아홉시 반" 도착하려면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아우네 집에서 가져온 김치통들을 말끔히 씻어 물기를 닦아 놓았다. 오늘 제수씨는 그 통 안에 다시 김치를 가득 담아 나에게 내줄 것이다. 엄마 없이 보내는 두 번째 명절이다. 1년이 지났는데 그리움은 작년보다 더하다. 우리 형제들, 잘 지내고 있다. 부모님도 아시겠지. 이제 설 추모 예배드리러 아우 집으로 가야 한다. 아들이 곧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다.
10시, 추모예배를 드렸다. 기도를 하는 중에 동생은 이해인 수녀의 시 '새해의 기도'를 낭독했다. 올 한해 우리가 바라는 소망들이 그 시 안에 모두 담겨 있었다. 예배와 식사를 마치고 아들은 나를 집까지 데려다 준 후 외가에 가기 위해 곧바로 서울로 올라갔다. 이제 다시 우리 가족이 만나기까지는 8월, 아버지 기일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집에 돌아오니 피곤이 몰려왔다. 밀린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어둑어둑해졌다. 쓸쓸함이 밀려왔다.
새해의 기도 | 이해인
1월에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동안 쌓인 추한 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2월에는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
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
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3월에는
내 마음에 믿음이 찾아오게 하소서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가짐으로
삶에 대한 기쁨과 확신이 있게 하소서
4월에는
내 마음이 성실의 의미를 알게 하소서
작은 일, 작은 한 시간이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기회임을 알게 하소서
5월에는
내 마음이 사랑으로 설레게 하소서
우리 삶의 아름다움은 사랑 안에 있음을 알고
사랑으로 가슴이 물들게 하소서
6월에는
내 마음이 겸손하게 하소서
남을 귀히 여기고
자랑과 교만에서 내 마음이 멀어지게 하소서
7월에는
내 마음이 인내의 가치를 알게 하소서
어려움을 참고 오랜 기다림이 없는 열매는
좋은 열매가 아님을 알게 하소서
8월에는
내 마음에 쉼을 주시옵소서
건강을 지키고 나와 남을 여유있게 볼 수 있는
쉼을 갖는 시간을 갖게 하소서
9월에는
내 마음이 평화를 느끼게 하소서
마음의 평화는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성숙할 때 함께 자라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10월에는
내 마음이 은혜를 알게 하소서
나의 오늘이 있게 한 모든 이들의 은혜가
하나하나 생각나게 하소서
11월에는
내 마음이 욕심을 버리게 하소서
아직도 남아 있는 욕심과 미움과 갈등을 버리고
빈 마음을 바라보면서 만족하게 하소서
12월에는
내 마음에 감사가 일어나게 하소서
계획한 일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했던
지난 한 해의 모든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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