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조선화의 거장展> 다시 관람하다 본문
지난 금요일, 직원 중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휴관했던 문화예술회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다행히 다른 직원들은 모두 음성으로 밝혀져 전시회 <조선화의 거장전>도 재개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더운 날씨였지만, 월요일이면 전시가 끝나므로 오후에 예술회관에 나가 그림들을 꼼꼼하게 다시 감상했다. 범작과 수작들이 섞여 있었지만, 월북, 재북 작가들의 작품을 남쪽의 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분단이 없었다면 그들 모두 한국 화단을 풍성하게 만들었을 재원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화폭에 담은 풍광들을 통해 북쪽 산천의 아름다움과 인민의 생활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생전에 나는 그 아름다운 북녘의 풍경을 직접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문득 비감해진다.
관람을 마치고 갈매기에 들렀더니 전 문화재단 대표이사 심모 선생과 수홍 형, 후배 창호가 술 마시고 있었다. 대낮부터 마신 술일 텐데 이미 상 위에는 서너 병의 빈 병이 사열하는 병졸처럼 늘어서 있었다. 합석해서 소주 서너 잔을 마셨을 때, 안쪽 별실에 있던 조구 형님과 세만 형님이 밖으로 나오셨다. ‘영상 촬영이 있어서 나오셨구나’ 했는데, 촬영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형이나 나나 꾸준하게 갈매기를 들락거리는데, 요즘에는 마주 앉아 술 마실 기회가 좀처럼 생기질 않는다. 고작 오다가다 옆자리에 앉아 두어 잔을 대작하는 게 전부다. 하지만, 얼굴을 직접 보고 안부를 물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건강만 나빠지지 않는다면 술이야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일일 테니. 그나저나 오늘 생각보다 많이 마셨다. 혁재가 저녁에 들렀었나 어쨌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돌아오는 전철도 왜 그렇게 붐비던지, 코로나 팬데믹은 개뿔! 하긴 내가 남에게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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