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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지극히 습관적이면서도, 무모한 음주 본문

일상

지극히 습관적이면서도, 무모한 음주

달빛사랑 2021. 8. 6. 01:33

 

 

내 다리는 암만해도 ‘김유신의 말’인 모양이다. 이어폰 꽂고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가다 보니 갈매기에 도착하더라는……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마음이 몸에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함이라니, 허 참. 모처럼 손님 없는 빈 술집에서 소맥을 마셨다. 주인장의 푸념을 안주 삼아서 소주 한 병, 백주 두 병을 마시고 돌아왔다.

 

확진자 증가 폭이 너무 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요즘, 그 ‘비현실적인 느낌’이 오히려 사람들을 무모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나름 노력해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이건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복불복의 문제라고 만남과 음주를 합리화하려는 심리가 나에게도 있는 게 분명하다.

 

사실 오늘은 경인일보 <조선화의 거장전>을 다시 보러 예술회관에 간 것이었는데, 아뿔싸! 예술회관 직원 중에 확진자가 나와서 휴관했다는 공고가 붙어 있었다. 수홍 형도 집에서 격리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가 나의 아지트 근처까지 다가온 것이다. 지금껏 문화예술회관 광장을 중심으로 서쪽인 갈매기와 밴댕이 거리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갈매기에서 가까운, 그것도 내 지인 다수가 전시 관계자로 일하고 있는 예술회관에서 확진자가 나왔으니 나도 지인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누구보다도 이 상황을 크게 걱정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갈매기 주인장이다. 최근 전시를 보러온 관람객들과 행사 관계자들의 휴게실 역할을 한 곳이 갈매기였는데, 확진자가 나와 휴관을 했으니 매상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차 아는 사람들이라서 바가지를 씌워도 알면서 속아주고 (음식값을 더 받거나 시키지 않은 안주를 계산서에 올린다는 게 아니라, 자리에 앉으면 무조건 민어회와 같은 비싼 안주를 불쑥 상에 올린다는 의미에서), 전시 관계자들은 편안히 술 마시며 쉴 수 있었던, 말하자면 서로 상부상조하던 관계였는데, 그 엄청난 매상이 끊길 위기에 놓였으니 얼마나 상심이 크겠는가.

 

내일 전시 관계자들과 나머지 직원들이 모두 음성으로 나온다면 전시를 재개할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까지는 전시회 특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어려운 때에 부디 검사 결과가 모두 음성으로 나와 갈매기 주인장의 흐린 표정이 다시 맑아지길 기대한다. 맛보다 의리로 찾는 술집이지만, 또 이만큼 편한 곳도 찾기 힘들다. 그러니 나 역시 이 엄혹한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겁 없이 이곳을 자주 찾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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