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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show must go on :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달빛사랑 2021. 6. 11. 00:00

 

간밤에 세찬 비가 내렸고 아침까지 하늘은 낮게 내려앉아 있었으나 한낮이 되면서 날은 점차 개었다. 늘 업무 협의를 위해 방문하는 직원들로 북적이던 보좌관실도 오늘은 오랜만에 한가했다. 다만 박 모 보좌관의 탄식 소리만 간헐적으로 터져 나왔다. 뉴스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탄식 없이 요즘 뉴스를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테니까.

 

물론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이긴 하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30대인 이준석 후보를 당 대표로 선택했다는 것은 확실히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그는 지역구에서 단 한 번도 선출된 적이 없는 정치인이다. 사실 당 대표 선거를 위한 전 국민 여론조사에서부터 그의 당선은 예견되었다. 4선, 5선의 쟁쟁한 선배들을 압도적 표 차이로 앞섰기 때문이다.

 

확실히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낀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30대 야당 대표의 출현이 신선했을 것이다. ‘꼰대’ 일색의 정치판에서 사람들은 마치 그가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언론이나 대중 앞에서 쏟아낸 발언이나 글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천박한 사고의 소유자인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준비되지 않은 함량 미달의 정치 초년생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단 당내의 역학관계 속에서 자신의 소신을(만약에 소신이란 게 있다면) 올곧게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고 현재 온 국민의 현안인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 문제, 그리고 통일 문제 등에 대해서 정리된 견해를 내놔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인기 투표’에 불과한 당 대표 선거 승리에 취한 나머지 기성 정치를 되풀이한다면 그의 정치생명은 물론 자당의 생명도 종언을 고해야 할 것이다. 당분간 이와 같은 전무후무한 정치적 선택을 한 국민의힘은 목소리를 높이며 정세를 주도해 나갈 게 틀림없다. 

 

민주당은 애써 의미를 희석하고 싶겠지만, 긴장하지 않으면 닭 쫓던 개 꼴 되기 십상이다. 이준석의 당선으로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늙은 정당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인기투표에 좌우된 이벤트성 당 대표 선출 과정이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은 젊은이들의 판타지를 ‘얼떨결에’ 실현한 형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옆집에 사는 친한 형이나 오빠 같은 친근한 외모의 젊은 사람이 대한민국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야당의 대표가 되었다는 건 젊은이들에게는 얼마나 매력적인 변화이자 이벤트일 것인가.  판타지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당원이 아닌 국민의 의견도 30%를 반영한 결과라고 하니, 이 미증유의 '사건'에는 분명 국민의 뜻이 일부지만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매일 제 기득권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세 불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거대 여당을 만들어줘도 적폐를 청산하기는커녕 매번 무리수만 두다가 세월 다 보내는 여당에 대해서는 염증을 느낄 게 분명하다. 이런 정치쇼나 이벤트 연출은 민주당이 먼저 고려했어야 했다. 국민은 극우 보수세력인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이 조금 더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라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이벤트 효과를 선점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가장 퇴행적이고 반개혁적인 꼰대들이 서식하고 있는 정당에서 젊은이들이 환호할 가장 신선한 이벤트를 성공시켰다는 것은 무척이나 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앞으로 한국 정치가 무척이나 재밌어질 거 같다. 다만 그 과정에서 민생은 실종되고 정치인들의 정치쇼가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게 될까 봐 걱정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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