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오랜만에 문화재단 본문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한 서류 심사를 위해 오랜만에 문화재단에 들렀다. 재단에서는 올해 총 10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할 예정인데, 내가 심사를 담당한 응시자는 기술직과 사무 행정직에 응시한 총 104명, 그 중에서 세 명을 선발하게 된다. 채용 절차는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 검토, 실무능력 시험, 심층면접 등 여러 단계를 걸치는데, 오늘 내가 한 일은 토요일에 치러질 실무능력 시험을 볼 수 있는 응시자를 7~8배수로 추리는 일이었다. 다시 말하면 치명적인 결격사유를 지닌 응시자를 1차적으로 걸러내는 일인 셈이다. 심사를 할 때마다 매번 느끼지만, 응시자 대부분이 정말 대단한 스펙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무성의하게 소개서를 작성하거나 같은 대답을 여러 질문에 복붙한 응시자들, 문화예술이나 재단의 업무에 대해서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응시자들도 더러 있었지만 대다수 응시자들은 누구를 뽑더라도 상관없을 정도로 준비된 재원들이었다. 당연히 심사위원들은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절실함들이 녹아들어 있는 자기소개서를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여러 번이었다. 그 우수한 재원 중에 달랑 세 명을 뽑아야 한다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닌 것이다. 80점 이하면 서류 심사에서 탈락되는 것이라서, 나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응사자들에게는 대체로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일단 필기 시험인 실무능력 시험은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양이 많았기 때문에 심사는 저녁나절에야 끝났다. 나는 전날 메일로 부쳐준 서류들을 보고 반 정도 미리 검토를 해왔기 때문에 다른 위원들보다 일찍 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심사위원 별 점수 합산을 확인해야 해서 다른 분들이 끝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응시자 모두가 재단이 아니더라도 자신들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직장을 구해 더는 가슴졸이는 구직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을 맞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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