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코로나는 이제 지근(至近)까지 접근하고..... 본문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어제 만났던 한 선배로부터 위와 같은 문자를 받았다. 선배와 점심을 함께 하고 차를 마신 일행 중 한 명이 코로나 확진자로 판명이 난 모양이다. 그래서 밀접 접촉자인 선배도 검사 후 자가격리에 들어가라는 보건소 측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전화 통화를 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새벽부터 보건소로부터 그런 전화를 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확진자와 만난 바로 그날 저녁에 나를 만난 선배는 자신도 결과를 알 수 없으니 안전을 위해서 나보고도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이틀이 지나도록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이 길게는 2주까지 간다고 하니 만사 불여튼튼,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설마 내가 감염됐겠어?’ 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전화를 끊고 나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침을 먹으려다가 부리나케 검사를 받으러 갈 준비를 했다. 남동구 선별진료소인 남동구보건소는 9시부터 검체를 채취한다. 나는 30분쯤 일찍 집을 나섰다.

보건소에 도착하니 이미 선제적으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있었다. 어느 군부대에서 한 내무반이 모두 검사를 받으러 왔는지 짧은 머리의 청년들이 서로 거수경례하며 속속 도착했다. 9시 정각이 되자 담당 직원이 나와서 비닐장갑과 검사신청서를 나눠주며 주의 사항을 이야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 줄은 점점 길어졌다. 내 순서가 되어 접수실에 들어가 신청서를 접수하고 잠시 후 검체실에 들어가 혀와 코를 면봉으로 휘저으며 검체를 채취했다.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었다. 결과는 내일 오전 8시에 문자로 통보해준다고 했다. 만약 양성으로 판정되면 보건소에서 직접 전화를 건다고 했다. 공공기관에서 이렇듯 오래 줄 서서 기다리다 일 보고 나온 건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재해 지역 주민들이나 내전이 치열한 아프리카나 중동의 국민이 생필품 배급을 받으려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하긴 코로나바이러스도 재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마트에 들러 간단한 장을 봤다. 삶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졌지만, 식사를 거를 수야 없지 않은가.
솔직히 코로나가 맹렬하게 엄습할 때조차도 버젓이 갈매기에 들러 술을 마시거나 사람과의 만남을 계속해 왔다. 나만 조심하면 될 거라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코로나 재앙은 결코 혼자만 조심한다고 해서 구축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누구든 코로나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개인의 노력조차 허사가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암만 방역에 힘쓴다고 해도 사회생활을 포기하지 않는 하,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그때 상대방이 어딘가로부터 바이러스에 오염되어 온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그 사람조차 어디서,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았는지 알 수 없을 때는 더욱 난감한 일일 것이고. 아무튼 난리는 난리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난리를 서둘러 종식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확진의 위험성을 운에 맡겨야 한다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우울하다. 이런 마음이 소위 코로나블루라는 것인가. 아무튼 당장에는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길 기다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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