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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불쑥 찾은 갈매기 본문

일상

불쑥 찾은 갈매기

달빛사랑 2021. 2. 7. 00:44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흥망사』가 혹시 헌책방에 나왔을까 궁금해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근처 갈매기를 찾았다. 문은 ‘다행히’ 열려있었지만 홀에는 아무도 없고 별실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나오니 인기척을 느낀 후배 근직이가 나와서 인사했다. 얼마 전부터 근직이는 조구 형과 더불어 일요일마다 갈매기 별실을 빌려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별실 창가로 가서 살짝 안을 들여다보니 조구 형이 콘텐츠 진행자(형의 친구인데 머리와 수염이 산타처럼 멋진 분이시다)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명도 그렇고 카메라도 그렇고 제법 촬영장 분위가 물씬 풍겼다. 근직이는 나에게 들어와서 구경해도 된다고 말했지만, 진행자가 나를 의식하면 자연스러운 촬영에 지장을 줄 수 있어서 그냥 홀에서 기다렸다. 기다린 지 30여 분쯤 되었을 때 촬영을 마친 일행들이 홀로 나왔다. 홀로 나온 조구 형과 친구분은 영상을 확인하며 수정해야 할 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덕분에 나도 촬영된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아직은 진행자의 표정이나 딕션(diction)이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촬영이 반복될수록 조금씩 자연스러워지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경험자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니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야기를 정리하고 다시 별실로 옮겨 막걸리를 마실 때 혁재가 잡채와 꼬막무침을 한가득 가져왔다. 일행들은 일제히 탄성! 역시 클라스가 다른 친구다. 웬만한 술집의 안주보다 맛있었고 모양도 정갈했다. 사장 없는 집에서 객들이 잔치를 벌였다. 그동안 일요일에 나와 작업을 마치면 오늘처럼 막걸리 한 잔씩을 한 모양이었다. ‘오호라, 그렇다면 나도 일요일에 안주 싸 들고 와 함께 마셔야겠는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절약되고 평일에 안 가면 술도 덜 마시고 일석이조(一石二鳥) 아닌가. 하지만 그러면 일요일은 정례적으로 술 마시는 날로 고정될 거 같아 삼가기로 했다. 컨디션이 안 좋거나 집에 가서 쉬고 싶을 때 내가 안주 바리바리 챙겨 갈매기에 들르면 어쩔 수 없이 술자리가 벌어지거나 부담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뭐든지 물 흐르듯 하는 게 좋다. 인위적으로 모종의 상황을 만드는 것은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을 테니까. 돌아오는 길, 기모가 없는 바지를 입고 나왔던 탓에 전철역까지 덜덜 떨며 와야 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감기 오면 어쩌나 조바심 냈다. 집에 돌아오니 다행히 기분 좋은 온기가 나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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