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인사가 만사라지만...... 본문
인사는 만사라고 했던가. 하지만 모든 인사의 결과는 인사 대상자 전원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이번 교육청 정기인사도 마찬가지다. 교육청은 현재 그야말로 전쟁 같은 하루하루다. 인사 결과에 불만을 가진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보좌관실을 하루에도 서너 번씩 드나들면서 이의를 제기하는 통에 업무를 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민원의 핵심은 해당 교사의 주거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학교나 섬으로 배정된 경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급식 노조의 경우 1일 1식을 하는 학교에서 근무하던 이가 1일 2~3식을 하는 학교로 배정된 경우도 가기 싫다는 것이다. 행정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학교로 배정되기만을 요구한다면 조건이 상대적으로 안 좋은 학교에는 누가 간단 말인가. 그래서 행정에서는 고육지책으로 신규 채용자들을 우선 그런 곳에 배정하거나 업무 평점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악처(惡處)의 수요를 해소하려고 하고 있다. 신규 채용자들이 행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신규 채용자들은 무슨 죄인가. 그들이 새롭게 채용된 새내기라는 이유로 출발부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건 엄청나게 불합리한 일이다. 노사담당 보좌관이 푸념하듯 나에게 “문 특보님, 좋은 생각 있으면 말씀 좀 해보세요.”라고 물어봤을 때,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글쎄요. 참 어려운 문제군요.”라고 대답을 하긴 했지만, 내심 ‘그럼 그들도 학생들처럼 1~3지망 요구하는 곳을 써내라 하고 추첨을 통해서 순차적으로 배정하면 되잖아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추첨이라는 복불복의 선택방식은 모두에게 공평할 테니까 말이다. 적어도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운이 없다고 생각할 게 아닌가. 그 방법이 아니라면 노른자위는 한정되어 있고 그곳으로 가길 원하는 사람은 많은 경우, 지금과 같은 인력 배치나 인사이동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집에서 새로운 근무지까지 가는 교통편도 여의치않고 통근 시간도 두 시간 가량 소요된다면, 하루에 출퇴근에만 서너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이니, 이런 경우는 근거리 원칙을 적용해서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정 어렵다면 통근버스라도 운행할 수 있도록 행정에서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명백하게 불합리한 상황이 아니라 그저 '나는 그곳보다는 저곳이 좋다'는 이유 때문이라면 행정에서도 양보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원칙대로 할 수밖에..... 그러면 불만을 가진 교사들은 교육청을 쳐들어오거나 심한 경우 현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갈 게 뻔하다. 소모적인 악순환이 아닐 수 없다. 해다마 이맘때면 항상 반복되는 일이라고 한다. 교육청에 들어오면 교육과 관련한 우아한 일들만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직함도 아름다운 문화예술교육정책특보 아닌가), 정말 순진한 생각이었다. 이곳 역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순간순간 갑과 을의 입장이 전도되면서 갈등하고 봉합하고 투쟁하며 합의하는, 일반 노동현장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후배 홍동윤의 연락을 받고 갈매기 간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쑥 찾은 갈매기 (0) | 2021.02.07 |
---|---|
흐르는 날들③ : 사회적 거리두기 (0) | 2021.02.06 |
시흥시청 출장 (0) | 2021.02.04 |
입춘ㅣ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0) | 2021.02.03 |
흐르는 날들② : 조언의 기술 (0) | 2021.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