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흐르는 날들③ : 사회적 거리두기 본문
코로나 때문에 명절의 풍정도 삭막해질 거 같다. 올 설에는 같은 집에 사는 가족이 아니면 5명 이상 모임이 금지된다고 한다. 올해는 엄마가 없으니 나와 수현이만 동생네 집에 가면 되는데, 동생 가족이 이미 4명이니 우리가 가면 6명이 한집에 모이게 된다. 이웃에 사는 누군가가 신고하면 우리도 5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코로나 확산을 막아보려는 고육지책이라는 걸 알지만 참 서글픈 명절 풍정이다. 결국 각자 자기 집에서 명절을 보내라는 것인데,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유교적 분위기가 승한 가족들에게 이러한 거리두기 방침이 실제 강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간혹 타지 사람들이 자신의 거주 지역으로 들어오는 길 무척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의 신고로 말미암아 아마도 단속 직원들과 방침을 어긴 가족들 사이의 실랑이가 몇 건은 발생하긴 할 것이다.
명절이란 오랜만에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들을 추모하고 그들의 보살핌에 감사하며 가족 간 안부를 나누는 추모와 친목의 날이다. 이런 명절에 이웃의 눈치를 봐야 하고 가족 간에도 전화로만 안부를 물어야 한다니 살아오면서 이렇게 처연한 명절은 처음 겪어 본다. 아들도 명절에 작은 집에 가도 되는지 전화를 걸어왔다. 일단은 집에 들르라고 말은 해놨는데, 알았다고 하면서도 뭐 이런 황당한 조치가 다 있느냐며 무척 분개했다. 특히 할머니 산소에 가볼 생각이라는 아들에게 “이번에는 어려워. 11일부터 14일까지 가족공원 출입 금지야. 그래서 아빠와 고모들도 미리 다녀왔거든.” 하고 말했더니, “그럼 직장인들 회사 출근도 막아야지. 참 나!” 하며 황당해했다. 하긴 산전수전 다 겪은 나도 올 명절 같은 상황은 처음이라서 무척 당혹스러운데 하물며 젊은이에게는 마치 독재국가의 가족 통제방식과도 유사한 이러한 조치가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아무튼 고민이다. 동생은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엄마 돌아가시고 처음 맞는 명절인데 그래도 밥은 한 끼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라며 전화를 걸어왔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정부의 조치를 어기고 예배를 강행해 수백 명의 확진자를 발생시킨 교회의 행태를 원색적으로 비난해 온 나로서는 거리두기 조치를 위반하며 가족 모임을 강행하는 게 무척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소위 ‘내로남불’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 무슨 이런 거지 같은 상황이 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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