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Y실무자들과 점심식사ㅣ구월동 모 한정식집 방문 유감 본문
구월동 고급 한정식집 K에서 YWCA 관계자 두 분과 식사를 했다. 다인아트 윤 대표도 합석했다. 식당 이름에 '궁'자가 들어가서 궁중요리 전문점인 줄 알았는데, 고기를 주메뉴로 하는, 그냥 비싼 한정식집이었다. 점심 특선인 ‘런치숯불갈비살 한정식’을 먹었는데 가격이 2만3천 원, 4명이 먹었으니 십만 원 가까운 식사비가 나왔을 것이다. 음식은 정갈해 보였고 맛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2만3천 원을 지불하고 먹을 만큼은 아니었다. 음식 데코레이션에 속을 일은 아니다. 게다가 고기는 미국산이었다. 대접받는 입장에서 식당 평, 음식 평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서너 가지 반찬에 숯불갈비 한 판이라면 해당 가격의 반만 받아도 충분하다. 고급 실내장식비와 건물 임대료를 밥값에 포함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같은 옷도 재래시장에서 팔면 싸구려 같지만, 백화점 은은한 조명 아래 전시되면 고급옷으로 둔갑하듯, 이곳 식당의 음식값은 물건의 질적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백화점 옷을 구매하며 고급 소비자로서의 선민의식을 느끼는 졸부의 심리를 겨냥한 상술처럼 느껴졌다. 부풀려진 밥값이다. 식당 측에서는 고급 인테리어와 비싼 음식값을 통해, “이곳에서 이쑤시개를 물고 나가는 당신은 선택된 사람이고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입니다.”라는 헛바람을 자꾸 주입하고, 손님들은 뭔가에 홀린 듯 부풀려진 식대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원재료값 1인당 3~4천 원이면 될 음식을 셰프의 ‘작품’이라 너스레를 떨며 2만 원이 훌쩍 넘는 밥값을 받다니,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나는 다소 억울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름의 상술을 발휘하여 이익을 챙기는 걸 뭐라 할 순 없지만, 그리고 싫거나 떫으면 안 가면 될 일이지만, 마음을 담아 점심을 대접한 Y측의 성심(誠心)을 생각하면 괜스레 미안해지고 짜증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긴 이렇게 과대평가된 식당이 어디 K 식당 뿐이겠는가. 아무튼 앞으로 관공서나 문화예술인들과의 미팅은 이곳에서 잡을 일은 없을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분위기에 한껏 취해 자기 깜냥에 어울리는 소비를 하는 것이야 막을 수 없겠지만…… 그나저나 이렇게 버는 돈 중 일부나마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하기는 하는 걸까.
물론 식당이나 메뉴를 선택하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 문제다. 나는 다만 상식선에서 말할 뿐이다. 10명 중 7~8명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돈 받고 글을 쓰는 블로거들의 칭찬 일색의 식당 평(評)과는 다를 수밖에. 그만큼 이 글은 무척이나 주관적이다. 이 식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의 취향도 나는 인정한다. 대한민국은 그럴 자유 정도는 있는 나라니까. 그리고 요리사들을 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 글은 요리사를 겨냥한 글이 아니다. 나는 요리를, 음식을 표현수단으로 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다만 식당의 마인드, 시스템을 말한 것 뿐이니 오해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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