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안녕이란 인사가 눈물겨울 때 본문
백혈구 숫자가 늘지 않아 걱정인 후배는 다시 병원에 입원했고, 그곳에서 생일을 맞은 후배에게 나는 두 권의 소설을 선물로 보냈다. 가을의 색깔이 점점 무채색으로 변해가면서 후배의 머릿속에서는 버석거리는 마른 나뭇잎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한 잠시 나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실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가장 내밀한 곳까지 속속들이 찾아가 집요하게 증식하는 고통의 저 당당하고 가증스런 얼굴, 치사하다. 이듬해 다시 잎을 달 수 있는 나무의 조락(凋落)이란 얼마나 사치스런 슬픔이란 말인가. 내일을 기약하기 아슬아슬한 삶을 향해 건네는 “안녕!”이란 인사는 또 얼마나 눈물겨운 것이냐. 고통은 삶을 비루하게 만들어 먼저 정신을 죽이고 거죽만 남은 육체를 비로소 거둔다. 잔인한 정복자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낮잠 때문에 후배 공연을 놓치다니.... (0) | 2019.11.16 |
---|---|
엄마의 맛 (0) | 2019.11.15 |
인천 민예총, 이제는 초심을 생각할 때-이사회 유감 (0) | 2019.11.13 |
힘내요 태인 씨! (0) | 2019.11.12 |
오늘은 입동(立冬) (0) | 2019.11.08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