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힘내요 태인 씨! 본문
요 며칠부터 자꾸만 까라지시는 엄마의 컨디션이 걱정돼 영양주사를 놔드렸다. 실제로 그것이 태부족한 영양을 채워줘 엄마의 기운을 되찾아줄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노인들에게는 플라시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심리적 안정감은 어느 정도 주었을 거란 생각이다. 그리고 환자들의 영양식인 ‘뉴-케어’도 한 박스 사놓았다. 병원은 내가 직접 모시고 간 건 아니고 매일 오는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께 (모시고 갈 것을) 부탁드렸는데, 늘 와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어머니의 말벗만 해드리던 아주머니는 뭔가 할 일이 생겨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노인들은 자식들의 관심과 사랑을 항상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게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식들은 하나같이 부모의 그런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는 한 마디 말조차 따뜻하게 건네지 못하는 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생전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오직 교회생활에만 집중할 뿐 가족들에게는 무책임했던 아버지의 삶을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어서 대화를 할 때마다 일부러 가장 날카로운 송곳을 말 속에 넣어 두곤 했다. 우리의 대화 시간은 피가 뚝뚝 떨어질 수밖에 없던 시간이었다. 물론 내 쪽에서 일방적으로 품고 있던 적대감이었다. 당시 나는 위악(僞惡)을 부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악했던 것 같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끝이 쭈뼛해진다. 아버지는 얼마나 외로웠을 것인가.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부채가 엄마에게 그나마 최선을 다해 보려는 마음으로 나타나는 것일 게다. 그렇다면 엄마도 아버지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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