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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모두에게 고마움을 느낀 날 본문

일상

모두에게 고마움을 느낀 날

달빛사랑 2019. 6. 12. 21:30

갈매기 종우 형이 엄마와 외출할 때 이용하라며 휠체어를 가지고 왔다. 얼마 전 대공원 산책 갔다가 돌아오는 길, 엄마가 다리에 힘이 풀려 고생하셨다는 말을 듣고 가져온 것이다. 일부러 사온 것 아니겠지만, 지나치는 말을 흘려듣지 않고 담아뒀다가 이렇듯 손수 휠체어를 공수해 온 형의 마음 씀씀이가 아름다웠다


그런데 정작 엄마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고마운 일이지만 아직 당신은 휠체어를 탈 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엄마의 지론은 지팡이를 옆에 두면 지팡이 짚을 일이 생기고 휠체어를 옆에 두면 그걸 탈 일이 생기는 법이라는 것인데, 내 생각에 그 말은 아직 당신의 건강과 일거수일투족만큼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강강함의 표현이 아니라 뭔가에 의지해야만 거동할 수 있는 불편한 상황이 닥치지 않길 바라는, 걱정스런 마음의 반어적 표현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현관까지 들어와 인사를 하는 종우 형에게 소녀처럼 웃으며 고맙다는 말을 하시고는, 계단 아래 둔 휠체어를 보며 그곳에 두면 비 맞을 텐데 안으로 들여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그걸 알 수 있다


나는 이런 강강함에 대한 엄마의 의지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나도 그럼요. 일단 준다고 해서 가져오라 한 거예요. 탈 일이 생기기 않으면 좋지요. .” 하며 엄마의 말에 동조해주었다. 때마침 집에 들른 요양보호사 아주머니도 아유, 어머니, 요즘은 건강하신 분들도 공원 산책할 때 휠체어 갖고 나오시는 분들 많아요.” 하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정말이지 엄마 말마따나 휠체어를 탈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단 보험용이라고 생각해 두자




후배 진현이가 피자를 보내왔다. 감기 기운이 있다며 점심도 거른 채 방에 들어가 누워계신 어머니를 식탁으로 불러내 피자를 함께 먹었다. 입맛이 없다던 어머니도 따뜻한 피자 한쪽을 다 드셨다. 그나저나 맨날 받기만 하니 미안해서 어쩔꼬. 선배는 어머니에게 자가용(휠체어)을 가져다주었고 후배는 입맛 없는 어머니를 위해 피자를 보내주고…… 모두에게 고마움을 느낀 날이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틀림없다.

 

운동 다녀와서 그 동안 방치했던 자서전 원고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생각보다 의뢰인의 글은 문제가 많았다. 애초에 의뢰인이 직접 작성한 원고를 전해 받을 때는 녹취할 필요가 없어 일이 수월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건네받은 원고파일을 열어보니 차라리 녹취를 한 후 내가 직접 푸는 것이 빠를 정도로 난문(難文)이었다. 1차 원고가 이럴 경우, 윤문과 교정이 아니라 아예 내가 다시 원고를 써야만 한다. 일이 오히려 번거롭게 된 것이다. 일단 잡아놓은 목차와 내용에 맞게 파일 속 글들을 배치해 놓고 손보기 시작했는데, 도무지 진도를 나가지 않는다. 몰아서 할 일이 아닌 듯싶다. 오늘부터는 의뢰인과의 미팅이 있는 다음 주 목요일까지 하루 서너 시간씩 꾸준히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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