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어느 박애주의의 일일(一日) 본문
집 안에 있는 모든 화초들을 테라스로 데리고 나와 해바라기를 시켜줬다. 수경(水耕)하는 애들은 병마다 새로운 물로 갈아주었고 병의 내부와 표면도 깨끗하게 닦아줬다. 사무실 근무를 할 때 방치된 채 죽어가던주 화초들을 모두 다 살려내서 푸른빛을 되돌려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무실을 나올 때 무엇보다 그 화초들의 안위가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부지런하고 꼼꼼한 친구가 새로운 직원으로 들어와 내가 하던 일들을 대신해주고 있다. 회의 때문에 사무실을 찾을 때마다 둘러보곤 하는데 방치된 채 시무룩한 애들은 없어 보였다. 다만 분갈이가 필요한 애들이 서넛 보이던데 다음에 들르면 분가(分家)를 시켜줄 생각이다.
화초를 키우면서 새삼 생명의 소중함과 신비를 깨닫곤 한다. 이규보가 ‘슬견설’에서 말한 것처럼 생명의 무게(소중함)는 외형에 좌우될 수 없는 것이다. 육척 거목의 생명이나 한 뼘 민들레의 생명이나 소중하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동물이나 식물이나 관심을 받으면 더욱 아름답게 생장하고 관심 주는 대상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이다. 화초도 예외는 아니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살피고 자주 말을 걸어주면 마치 고맙다는 인사를 하듯 시든 잎들이 생기를 띠기 시작한다. 말 못하는 생명들조차 이럴진대 하물며 사람의 경우에는 말해 뭣 하겠는가.
헬스클럽에서 이용료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6월 말까지 선착순 30명에게만 40% 할인된 금액으로 등록할 수 있게 해준다기에 서둘러 6개월치 회비를 내고 재등록을 했다. 클럽 측에서 말하는 ‘선착순 30명에게만’은 분명 개뻥일 게 뻔하다. 하지만 내 쪽에서 그 뻔한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걸 지나치게 티를 낼 경우, 민망해진 클럽이 정말 딱 30명에게만 혜택을 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서두르는 척하며 등록을 한 것이다. 괜스레 나 때문에 손해를 볼 31번째 회원의 박탈감까지 헤아리는 나는야, 박애주의자. 박애지, 박해가 아니다. 발음에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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